한국과 독일은 흔치 않은 분단국에서 27년 전 독일은 통일되었고, 한반도는 이제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으로 통일은커녕 분단 고착화가 더 견고해져간다. 양국의 분단과 통일 한가운데에 윤이상이라는 위대한 예술가 한 분이 있다.

1964년 말 한국의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서독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 독일에는 광부, 간호부, 유학생 2만여 명이 진출해 있었다. 철학·음악 등 분야의 교수들 몇 분도 체류하고 있었고, 윤이상은 베를린대학교 작곡과 교수로 있으면서 서독뿐 아니라 유럽 전체서 최고의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서독 방문 시 윤이상은 재서독 한인회장으로, 국빈 방문 시 거의 모든 행사에 게스트로 참가하게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광부, 간호부들과 만남에서 박정희·육영수 내외가 눈이 퉁퉁 부어 오르도록 울었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지어낸 것으로, 당시 광부로 간 분들은 말이 광부지 대부분 일류대학 출신들로 이 만남에서 대통령에게 인권차별·저임금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하는 험악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이 일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귀국하자마자 정보부에 지시, 광부·간호부·유학생 사회에 정보부 프락치를 심어 암약게 했다. 그 결과물이 소위 동백림 간첩단 사건이고 이는 윤이상을 때려잡기 위한 꼼수였다.

이번 문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53년의 시차를 두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주인공은 위대한 작곡가 윤이상인 것 같다. 김정숙 여사의 윤이상 묘소 참배와 동백나무 기념식수는 단연 백미였다. 이번 묘소 참배의 옥에 티는 고인의 부인과 따님이 동참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쉬움이 크지만 시간적으로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이번 방독 시 통영에서 노후를 보내는 91세의 이수자 여사를 모시고 같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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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이 여사와 따님 윤정 씨는 국제법상 독일 국민이고, 남북한 국적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독일이고 평양이고 서울을 아무 제약 없이 내왕할 수 있어야 한다. 분단국 한반도에서 이들의 자유왕래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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