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잃은 나무토막
스테인리스 스틸 연결
돌고 도는 세상사 표현
바람의 시각화 노력도

"사라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일 김해 휴갤러리에서 만난 김근재(48) 조각가는 줄곧 이 말을 했다. 휴갤러리에 들어설 때 제일 먼저 무엇을 봤느냐는 작가 물음에 "개뼈다귀"라고 답했더니 "이번 전시를 다 본 것과 마찬가지다"고 했다.

오랜 공백을 깨고 올해 초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지난 5월 경남도립미술관 'DNA, 공존의 법칙'전을 끝내고 김해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질량보전의 법칙-소멸의 과정'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작가는 죽은 뒤 또 다른 세계에 태어난다는 불교 윤회를 언급하며 자연의 이치와 섭리는 결국 돌고 도는 순환이라고 강조했다. 사라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영향을 받은 무언가로 어디선가 존재한다고 했다.

작가는 나무토막을 스테인리스 스틸에 연결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쇠에 박힌 나무들. 그가 수집한 나무는 이름과 삭은 정도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질감도 형태도 제각각이다.

바다에서 생명력을 잃은 나무토막은 이곳 갤러리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갤러리 입구에 걸린 '개뼈다귀'가 진짜인지, 혹은 그런 모양의 나무인지는 모르나 여기서 또 다른 생을 시작했다.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는 김근재 작가.

결국 설치미술 작품은 공간에서 완성된다. 흔히 '공기감', '거리감'이라고 말하는 설치미술은 공간과의 공존으로 작품의 의미를 나타낸다.

이번에 선보인 높이 5m, 폭 1m 40㎝ 정도의 거대한 작품도 이곳 휴갤러리에 맞게 제작된 것이다.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김근재 작가는 바다의 유목을 수집하고 재구성하여 강한 금속과 마주하게 한다. 강한 시각적인 작용보다는 부드러운 흐름이 먼저 와 닿는 표현법에서 그의 상당한 균형감각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신경을 쏟은 부분이 또 있다. 바로 바람이다.

그는 갤러리 문이 열리고 닫힐 때 통하는 공기, 에어컨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나무를 위해 작품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나무와 금속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가면서 바람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 소회를 묻자 작가는 "생계를 꾸려야 하는 가장이라 작업을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에 의해 천천히 움직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큰 과제다"며 앞으로 작업을 시사했다.

고착화를 늘 경계한다는 작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켠 그의 작품이 참 반갑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일요일·공휴일 휴관. 문의 010-7472-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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