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6화) 에세이 '너와 나의 벽을 허물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영화 <패치 아담스>속 아담스
이해를 넘어 진정한 공감 보여줘

참새는 창원에 사는 작가지망생 황원식 씨의 필명입니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팟캐스트(인터넷 방송)에도 참여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상담센터도 운영하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는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무척 이기적인 아이였다. 내가 잘난 맛에 살았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나를 위한 조연이라 생각했다. 한번은 작가가 되고 싶은 한 친구가 자신이 쓴 수필을 가지고 왔다. 나는 귀찮은 듯이 대충 읽고선 "이건 많이 부족해"라고 했다. 그 친구는 그 수필을 내가 보는 앞에서 찢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오랫동안 서먹해졌다. 나는 한 번도 그 친구의 노력이나 용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혹시 내가 그 친구의 꿈을 짓밟은 것은 아닐까? 지금도 죄책감이 든다.

20대에 여자들을 사귀면서 나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난 그들의 사랑이 필요했다. 그래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뭘 먹고 싶은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 늘 신경 쓰였다. 그녀가 웃어야 내가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행복해졌다. 그들이 좋아하는 팝송과 영화를 나도 원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녀들이 내 곁을 떠났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연애는 '내'가 아닌 '너'를 이해하는 좋은 경험이었다.

요즘 나에겐 '리액션' 하는 것이 사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다. 누군가 온종일 아팠다고 한다면 그 하루가 얼마나 길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그 마음과 내 마음이 연결된다.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장점을 알아차리려 노력한다. 그 사람도 모르는 그의 장점을 내가 밝혀낼 때 그는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네가 행복하면 나도 진심으로 행복해지는 경지에도 이른다.

진정한 공감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넘어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까지도 포함하는 것 같다.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정신병원에 있는 한 할머니는 국수에서 헤엄치고 싶다고 말한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아무도 할머니 말에 대꾸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 아담스는 할머니 소원대로 대형 국수를 만들어 할머니가 그 안에서 헤엄치게 한다. 그 후 할머니의 증상이 좋아진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처음 나는 이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환자들의 헛소리를 다 들어줄 수 있을까? 저렇게 해서 환자가 정말 치료되는 걸까?' 그러다 칼 로저스의 책 <사람중심상담>을 읽으면서 그 가능성을 찾았다. 책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자신들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더는 정신분열 환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나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각자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대화가 아니라 의미 없는 육성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권위와 기준으로, 자기 이야기만 할 뿐 아무것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거기에서 절망적인 소외감을 느끼고 이 세상과의 높은 벽을 확인한다. 그 벽을 재차 확인하려고 사람들은 더 이상한 말을 지어내게 된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세상을 등지고 술에 더 빠져드는 이유도 어쩌면 세상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을 때 그 사람은 점점 미치게 된단다.

영화 속의 패치 아담스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그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준에서 들어주고 공감해준다. 그제야 사람들은 행복을 되찾고 점점 사회에 적응하기로 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하는 이야기 자체의 타당성이 아니라, 유치하고 헛소리에 가까울 수 있는 말이라도 누군가 그대로 존중해주느냐 하는 것이었다. 영화를 본 지 10년 만에 깨달은 사실이다. /시민기자 황원식

※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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