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날씨는 유독 유난스럽다. 여느 해 보다 심한 가뭄에다 장마철 폭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농산물도 제대로 된 작황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농산물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정작 농민들은 이런 가격 상승을 직접 이익으로 남기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으랴.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한 만큼 이익을 보지 못하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다. 유통구조의 복잡함으로 인한 문제는 익히 알려진 바다. 여기에다 날씨가 순조롭지 못하면 생산량은 줄고 유지관리비용은 증가한다. 그러나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을 해서라도 안정을 시키려고 한다. 농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일례로 돼지고기는 최근 들어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그러나 축산 농가의 이익 증가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산지가격은 한 달 전보다 10%가량 내렸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축산농가와 유통처에서 취급하는 돼지고기 판매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여름철 수요가 많은 삼겹살 값이 올라도 산지에서는 마리 단위로 출하되기 때문에 축산농가의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채소류는 가뭄에다 최대 생산지인 중부 지방의 폭우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연일 가격이 치솟고 있긴 하다. 그러나 농민들은 가격이 50~60% 올라도 그만큼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에 이익을 남길 수 없다. 양파의 경우 가격이 올라 판매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중국산 양파 수입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농산물 가격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격 안정이 필요한 것은 농민들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값이 올라도 제대로 이익을 못 챙기고 정부의 개입으로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문제가 올 한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정부와 언론이 농산물 가격 폭등만 부각하는 것은 농업의 기반을 흔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안정적인 농업 생산이 가능하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왜곡된 유통구조 개선에 나서지 않는 한 농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퇴직자들의 인생 이모작 귀농이 본격화되고 있다. 농업에 희망이 없으면 국가 사회의 부담은 훨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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