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급식비 지원 300원→800원 인상
읍면에 80원 부족 "줘도 탈"안타까워

'해주고 욕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최근 양산시 행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지난 20일 무상급식을 하는 읍면지역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동지역 중고교의 학교급식 식품비를 2학기부터 기존 3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 시장의 전격적인 인상 발표 이후 양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과 양산학부모행동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5년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에 동참한 나 시장의 사과와 인상 폭이 작다며 연달아 맹폭을 가했다.

이들의 비난에는 '생색내기 인상', '정치쇼', '졸속·탁상행정' 등 무상급식이 시행되지도 않은 동지역의 학교급식 식품비를 올려 주고서 받는 대접치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적든 많든 아이들의 식품비를 올려 주겠다는 것만 놓고 볼 때 비난 일색 반응은 성숙한 자세가 아닌 것 같다. 이 때문에 시중에서는 '줘도 탈이고 안 줘도 탈이다'라는 조소가 있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어느 쪽도 칭찬하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시민 된 사람으로 3자로서 볼 때 '똑같다'라는 우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이번 양산시의 동지역 식품비 인상은 기존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는 읍면지역에 양산시가 지원하고 있는 한 끼 880원에 비해 80원이 모자란 금액이다.

무상급식은 경남도와 양산시, 경남교육청이 1 : 4 : 5 매칭비율로 지원하고 있다. 양산시내 중학교 무상급식지원은 1끼당 2200원일 경우 경남도가 220원, 양산시가 880원, 경남교육청이 1100원을 각각 분담해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무상급식이 법상 시행되지 않는 동지역에 대해 양산시가 부담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의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학부모와 양산시의회 여당 소속 시의원들이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지원금액까지 모두 양산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생색내기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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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으면서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읊었다는 한시가 새삼 생각난다.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만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만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만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만 바라며 뽕잎을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 문 검찰총장이 인용한 대만학자 '난화이진'이 자신의 저작인 논어별재에 실었다는 한시는 오래전 '우산장사와 벽돌장사'의 심경을 통해서 우리가 모두 아는 얘기이다.

양산시는 동지역 학교급식식품비 인상 발표 이후 형언할 수 없는 비난과 반발이 있자 뒤늦게 80원을 더 인상해 880원으로 했으면 하는 뒤늦은 푸념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어 자체에는 소통 등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적어도 주고 욕은 먹지 말자'를 실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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