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남도의회 교육청 소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경남교육청이 제출한 제1회 추경안에서 조리종사자에 대한 급식비 명목의 미지급 4개월분 임금 12억 7800만 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이 삭감안은 20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한영애 위원장 등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표결에 부쳐져 그대로 통과되었다.

미지급 4개월분 임금이란 지난해 5월 2일 경남도교육청과 학비연대회의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조리종사자들에게 지급했어야 할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분 월 8만 원의 급식비를 말한다. 이때에도 추경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소급하여 지급한다는 단체협약서 단서조항에 따라 경남교육청이 그해 10월 2016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에 반영한 것을 삭감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된 논지는 조리 종사자의 82% 정도가 급식비(밥값)를 면제받는 상황에서 급식비(임금)를 소급 지급하면 밥값을 이중지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학교 급식소에서 밥을 직접 조리하는 조리종사자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편향된 생각임을 알 수 있다. 택시를 타고 간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당신도 차를 같이 탔으니 운임의 절반을 부담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웃기는 얘기인가?

조리 종사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한번 먹어보는 것도 직무의 한 부분일 수 있다. 물론 맛보는 정도를 넘어 한 끼 식사를 충당하는 것은 다르다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식사가 밥값 지불의 대상이 되는 정상적 식사가 아니라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 후끈후끈한 열기와 밥 냄새 풀풀 나는 조리장 내에서 때로는 선 채로 배식 전에 급하게 밥을 먹거나 때로는 배식을 마친 후 청소를 해가며 남은 잔반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을 정상적인 식사라고 할 수 있는가?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급식소에서 급식인원에 정확하게 맞추어 급식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음식의 특성상 항시 잔반은 발생하게 되어 있다. 조리종사자들의 식사는 대체로 이 잔반을 먹는 셈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무료급식으로 인해 학생들이 먹는 급식의 질이 떨어졌다고 하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 또한 논리의 비약이며 매우 야박한 셈법이다.

그리고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수당으로 받는 급식비는 근로자 처우개선을 위한 통상임금의 한 부분이지 실비변상의 대가가 아니다. 따라서 이를 밥값으로 지불하는 급식비와 동치 시켜 급식비 이중지급을 논하는 것은 동일명칭의 착오에서 비롯된 오류이다.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것 또한 도의회와 도의원이 수행해야 할 주요 역할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도의회의 급식비 예산 삭감은 아물어가는 급식노동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학교급식에 기여하는 비정규직 조리종사자들도 도민의 일원이고 도의원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사회적 약자임을 생각했다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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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공무원은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월 13만 원의 정액급식비를 지급받고, 월 5만 원에서 많게는 9만 원까지 급식비를 낸다.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조리종사자의 급식비 문제를 놓고 공무원과 동일하게 정액급식비를 지급하고, 급식비를 받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조리종사자의 급식비 문제가 학교 현장의 지방공무원과 교원처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 등 조속한 해결을 위해 경남도의회와 의원들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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