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SOK 폭염 속 강행, 안전수단 없어 일사병 우려…주최 측 "힘들면 안 뛰어"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전국 하계대회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장애인을 혹사시킨다는 비난을 샀다.

SOK대회가 열린 창원지역 26일 낮 기온은 섭씨 33도를 넘어설 정도로 폭염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날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육상과 보조구장에서 열린 축구, 경남대에서 열린 보체(목표지점까지 공을 굴려 점수를 얻는 경기)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들 세 종목은 전체 7종목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참가한 종목이다. 나머지 수영, 농구, 탁구, 배드민턴은 모두 실내에서 진행됐다.

이날 열린 육상 경기는 100m, 200m, 400m, 800m계주, 1500m, 3000m, 멀리뛰기, 높이뛰기, 투포환 등으로 발달장애인 선수 357명과 지도자 117명 등 47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우레탄 트랙을 아무런 안전수단 없이 달렸다. 특히 3000m 경주는 400m 트랙 7바퀴 반을 돌아야 해 자칫 탈진이나 일사병 우려마저도 제기됐다.

3.jpg
▲ 한여름 뛰는 이들은 누구? 낮 최고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간 26일 오후 창원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전국 하계대회에 참가한 발달장애인 선수들이 축구경기를 하고 있다. /정성인 기자

보조구장에서 열린 축구에는 선수 206명 등 255명이, 보체에는 선수 138명 등 180명이 참가해 먼저 불볕더위와 싸워야 했다.

이처럼 폭염 속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시민 장모 씨는 "이런 뙤약볕에서 장애인 선수를 혹사하는 것 같다"며 "요즘은 한여름이면 웬만한 학생 대회도 야간 경기로 치르는데 몸이 불편한 선수를 이렇게 뙤약볕으로 내모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행사를 주최하는 (사)스페셜올림픽코리아 이윤혁 스포츠본부장은 예산 문제를 들며,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예산 부족으로 대학 기숙사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매년 7~8월에 대회를 개최한다"며 "비장애인은 성적을 내기 위해 끝까지 달리려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힘들면 안 뛰면 그만이고, 스스로가 너무나 즐기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야간에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본부장은 "여기 온 선수들은 전문 선수가 아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고, 800m를 8분에 뛰는 애도 있을 정도"라며 "일상적인 생활 리듬에 따라 밤에는 자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