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수공원 대부분 지자체 무관심으로 방치상태…박재현 교수 "국토부의 흔적 지우기" 우려

낙동강의 한 수변공원.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공원 곳곳은 잡초만 무성하다. 축구장·족구장 등 체육시설에도 사람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4대 강 사업 당시 친수공간을 확보하겠다며 만든 일부 수변공원이 '유령공원'으로 전락한 지 수년째다.

국토교통부가 4대 강 주변 공원과 체육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이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시설을 가려내 철거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4대 강 사업으로 강 주변 농경지를 정리하고 공원이나 체육시설 등 '수변 생태공간'을 조성했지만 흉물로 방치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말 강변지역을 보전·복원·친수지구 등으로 구분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섰다. 보전지구는 자연상태로 두는 곳, 복원지구는 불법 농경지 등을 정리하는 곳, 친수지구는 체육시설과 공원 등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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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4대 강 사업 때 강변에 조성된 공원과 운동장 등 시설물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이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시설은 철거할 계획이다. 창녕군 창녕함안보 인근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 낙동강변 26일 오후 모습. /김구연 기자

국토부는 전국 297개 친수지구(66.7㎢) 이용도를 분석해 이용도가 적은 곳은 '보전지구'로 전환해 자연상태로 복원할 방침이다. 친수공원 181개, 체육공원 42개, 생태공원 67개가 대상이다. 친수지구 정비작업에는 통신사 빅데이터 분석 기법이 활용된다. 지난 1년간 친수구역 주변 기지국에 잡힌 휴대전화 이용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 수와 거주 지역, 연령대 등 다양한 자료를 산출해 이용도를 조사할 예정이다.

경남에도 9개 시·군에 친수공원 45곳이 있다. 김해시가 12곳으로 가장 많고, 창원·창녕·합천 각 5곳, 밀양·양산 각 4곳, 의령 3곳, 함안 1곳이다. 4대 강은 아니지만 섬진강이 있는 하동군도 6곳이 포함됐다. 전체 면적 43.05㎢ 가운데 창녕군이 14.26㎢로 가장 넓다. 축구·족구·농구·게이트볼·다목적광장 등 체육시설은 모두 129곳이 있다.

그러나 도내 친수공원 역시 예산 삭감과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방치되는 시설물이 늘고 있다.

4대 강 유지관리 예산은 국토교통부가 해당 지자체에 내려보내는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올해 도내에 투입한 예산은 36억 55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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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4대 강 사업 때 강변에 조성된 공원과 운동장 등 시설물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이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시설은 철거할 계획이다. 26일 창녕군 창녕함안보 인근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 낙동강변 나무길에 칡넝쿨이 덮혀있다. /김구연 기자

도내 4대 강 유지관리 예산은 2012년 74억, 2013년 85억, 2014년 90억, 2015년 57억, 2016년 45억여 원으로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초반까지 쏟아부었다가 2015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4대 강 사업 가운데 수변 생태공간을 조성하는 데 투입된 예산은 3조 1132억 원에 달했다. 현재 방치된 4대 강 수변공원 유지관리에 매년 투입되는 유지비는 5000억~1조 원가량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의 이번 방침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4대 강 사업 주체로서 그동안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이용자 많고, 만족도 높다'는 4대 강 사업 옹호 논리를 펴온 국토부가 뒤늦게 태도를 바꾸려는 데 대한 불만이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방향 자체는 틀린 게 아니지만 늦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친수공원을 확장하려는 태세였는데, 마치 4대 강 복원에 애쓰는 것처럼 하기 전에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4대 강 사업 민관 공동 특별조사위원회가 빨리 구성돼야 한다. 실제로 4대 강 사업 이후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토부의 흔적 지우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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