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은 비전문적'인식 이언주 발언
종류 불문 노동 가치·권리 생각해봐야

"밥하는, 동네, 아줌마. 달랑 세 단어로 비하되기에는 그들이 대신해준 밥 짓기의 사회학적 무게가 가볍지 않다." 손석희 앵커의 '앵커브리핑' 중 일부이다. 지난 6월 30일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 급식 조리 종사원들에 대해 "그냥 급식소에서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라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을 "미친놈들"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었다. 이런 발언을 여성 정치인에게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놀라움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밥하는 동네 아줌마가 어머니를 상징하는 것이었다는 해명, '이 말이 나쁜 말이거나 욕이 아니지 않냐?'는 같은 당 의원들의 지지 아닌 지지를 보며 대체 이 사람들에게 여성은 어떤 의미인지 되묻고 싶었다.

밥하는, 동네, 아줌마라는 세 단어는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나쁜 말도 아니고 어머니로 이해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말은 단어들의 조합이며 그 조합에는 맥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언주 의원이 이 세 단어를 어떻게 조합하여 어떤 맥락으로, 어떤 뉘앙스로 사용했는지는 일반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 말이 어머니로 이해될 수 없는 이유는 그 말 속에 밥을 하는 사람에 대한 무시와 멸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언주 의원의 그 말에는 밥이란 여성이면 늘 하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그래서 전문성이 필요없는 하찮고 사소한 일이라는 의미가 내재하여 있다. 그러나 밥은 여성이면 누구나 하는 하찮고 사소한 일이 결코 아니다. 특히,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성스러운 밥은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직장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 폭염 속에서도 매일같이 정성스런 점심을 차려주는 주방장님이다.

또한, 이언주 의원의 발언에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비하가 담겨있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 중에는 "솔직히 말해서 조리사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거든, 그냥 어디 간호조무사보다도 더 못한 그냥 요양사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라는 말이 있다. 이 발언에는 학교 급식 종사자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요양사에 대한 비하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여성이 주로 일하는 직종에 대한 무시, 그래서 비전문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정규직 요구가 이언주 의원에겐 비상식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대선 당시 눈물까지 흘리며 지지했던 안철수 후보가 내세웠던 공약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겨우 두 달 전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의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하는 국회의원은 과연 얼마나 전문적인 것일까?

"머리를 쓰나 손을 쓰나 발을 쓰나 모두 귀한 노동이다"라고 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말처럼 노동자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느냐와 무관하게 노동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있든 노동자들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노동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파업을 할 수도, 정규직을 요구할 수도 있다.

노동 환경에 대한 저급한 이해, 직종에 따른 차별과 멸시, 여성노동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은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국회의원에게 너무나 비전문적이고 위험한 인식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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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대해 "모두가 잠시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은수초등학교의 가정통신문을 이언주 의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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