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옛길 버스킹, 상남분수광장·진해루 비해 장소·환경 부실
사고 위험에 공연 중단 사태까지 빈번해
대안으로 경남대 댓거리·저도 연륙교 논의 중

최근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버스킹(길거리 공연)' 열풍이 거세지면서 새로운 공연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버스킹(busking)'은 주로 대도시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이뤄지며 아마추어 뮤지션들에게는 생계를 이어가는 무대이자 수단이기도 하다. 인구 100만이 넘는 창원지역의 경우 상남분수광장과 진해루·합성옛길 등 3곳에서 버스킹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상남분수광장과 진해루에 비해 마산을 대표하는 합성옛길은 버스킹 장소로 부적합해 대안으로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원 상남분수광장·진해루 = 창원 상남분수광장에선 매주마다 '프린지 문화공연'이 열린다. 프린지 공연은 지역 인디뮤지션들에게 다양한 공연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창원시 성산구청 홈페이지에 사전 예약을 하면 장소·전기·조명 등이 제공된다. 올해만 27개 팀이 공연을 했고, 8300여 명의 시민이 관람했다. 진해루 해변공원 야외공연장에서도 그룹사운드와 밴드, 통기타 연주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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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성산구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리는 프린지 공연. /경남도민일보DB

보컬팀 씽잉으로 활동하는 김용웅 씨는 "주말마다 상남분수광장과 진해루에서 재능기부 공연을 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장소가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창원시 성산구청 문화위생과는 "앞으로도 지역 인디뮤지션들이 마음껏 끼를 펼칠 수 있는 다양한 공연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며 "주변 상인들과 시민들의 민원도 있지만 잘 조율해서 건전하고 깨끗한 공연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합성옛길, 안전 위협에 공연 중단까지 = 반면 합성옛길은 이들 두 장소(창원과 진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연 여건이 좋지 않다. 합성옛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LG유플러스 대리점' 앞이다.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시민들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인데 그만큼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자리를 먼저 선점해도 공간이 협소해 음향 장비를 바닥에 거치한 후 공연을 해야 한다.

또 이곳엔 인도가 없어 시민들이 찻길에 선 채로 공연을 관람하는데 그 옆으로 버스와 차들이 지나다녀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근에는 상점·숙박업소가 밀집해 있어 주민 신고가 빈번하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제재로 버스킹이 중단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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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마추어 뮤지션이 마산회원구 합성옛길에서 버스킹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 박성훈 기자

합성옛길에서 자주 공연을 하는 한 인디뮤지션은 "버스와 차량들이 빠르게 지나갈 때는 간담이 서늘할 때도 많다. 주민신고가 들어와 공연을 못하고 쫓겨날 때는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합성옛길은 마산지역에서 가장 젊은 층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볼 수 있는데 버스킹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조차 없다는 게 안타깝다.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마산회원구청 문화위생과는 "합성옛길 자체가 상가밀집지역이고 인도 폭이 좁아 버스킹을 하기엔 적합한 곳이 아니다"며 "현재로선 야외가 아닌 합성동 지하상가 대현 프리몰에 있는 공연장을 이용하는 대안 밖에 없다. 합성옛길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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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과 사람이 뒤엉켜 복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합성옛길 모습. / 경남도민일보DB

◇경남대 댓거리·저도 연륙교 '대안으로' = 마산지역에서 버스킹을 할 수 있는 다른 곳은 없을까? 최근 경남대 앞 댓거리가 새로운 버스킹 장소로 급부상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남대 학생들은 물론 인근 중·고교 학생들도 많아 합성옛길 다음으로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창원 문화예술공연팀 B.G.M의 멤버 홍성종 씨는 "댓거리에서 자주 버스킹을 하는데 관객 대부분이 10·20대라서 반응이 좋다"며 "방학 때는 사실상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데 문화공간이 조성된다면 댓거리 상권도 살아나고 마산지역 문화예술활동도 활발해 질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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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연륙교와 스카이워크 모습./경남도민일보DB

이에 마산합포구 문화위생과는 "마산지역에도 창동·오동동 문화광장 등 공간은 있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버스킹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마산합포구청에서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저도 스카이워크가 창원의 대표명소로 급부상 하면서 인근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댓거리도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자발적인 공연이 계속해서 이어져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다면 공연 장소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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