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퍼진 나만의 작품, 일상으로
'프리셋' 첨가부터 '아날로그 느낌'까지
일회용 카메라 재현 가능하기도
튜닝의 완성은 순정

대중이 형성하는 문화. '대중문화'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매스컴을 통해 쏟아지는 대중문화 홍수 속에서 어떻게 '행간'을 읽고, 주체로서 대중문화를 누릴 수 있을까요. 독자들과 함께 다양성 띤 대중문화의 흐름을 읽어보고자 마련했습니다. 대중문화의 문을 활짝 연다는 뜻에서 '대문짝'이라 이름 지어봤습니다. 독특한 시선과 틀을 깬 기사 형식으로 획일화하지 않은 대중문화를 소개합니다.

최근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한 덕분에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전 기기보다 수준 높은 카메라 성능은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게끔 한다. 같은 피사체를 타인과 다른 시선으로 사진에 담을 때 드는 묘한 쾌감과 더불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전봇대, 어느 건물 앞에 놓인 동상, 이름 모를 잡초가 내 사진 속에서 특별함을 지닌다고 여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내 사진에 조금씩 반응이 쏠렸고, 점차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일상이 됐다. SNS 반응에 점차 중독되면서 더 많은 반응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지금보다 더 뛰어난 감성 돋는 사진이 필요했다. 결국 부족한 촬영 실력을 채우고자 사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 스마트폰 어플 'VSCO'로 보정한 뉴질랜드 더니든 풍경.

시작은 무료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이름은 'VSCO'. 사진에 프리셋(노출, 보정 등의 값을 미리 설정해 놓은 것)을 적용해주는 편집 어플이다.

모든 프리셋이 공짜는 아니지만, 무료 제공하는 프리셋만으로도 충분히 감성 충만한 작품이 완성됐다. 직접 찍은 사진에 프리셋이라는 조미료를 첨가하고, SNS에 올리다보니 욕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123.jpg
▲ 무료 사진 편집 어플 'VSCO'로 보정한 창원광장 최윤덕장상,

무료 어플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금씩 유료 어플에 눈을 돌린 것.

한국 앱스토어 유료 카테고리는 오랜 시간 '아날로그' 카메라 어플이 순위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무료 어플이 '설탕' '소금'에 가깝다면, 사진에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필터를 씌우는 유료 어플은 희귀한 향신료를 보는 듯했다.

어플 '올리'로 편집한 사진.

결국 '올리(Olli)'라는 유료 어플을 구입해버렸다. 사진과 동영상에 수채화·유화·일러스트 감성 등을 씌우는 어플 되겠다.

내가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 어플로 한번 손대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 기존에 보관한 사진·동영상에 필터를 적용할 수도 있다. 처음 이 어플을 구입한 날은 온종일 매력에 푹 빠졌다.

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찍은 사진이 만화가 되고, 일러스트가 되는 매력이 상당했지만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구닥(Gudak)'이라는 유료 어플을 추천받았다.

123.jpg
▲ 유료 스마트폰 어플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스마트폰으로 일회용 필름 카메라 느낌의 사 진을 뽑아낼 수 있다.

구닥은 '구닥다리' 카메라를 줄인 말이다. 어플을 만든 이는 이렇게 소개한다. "본래 의미와 같이 '오래되어 낡은' 카메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치를 하고 구동을 해보면, 스마트폰 화면에 낯익은 모습이 등장한다. 코닥에서 제조한 일회용 카메라 뒷모습이다.

반가움도 잠시 당혹감이 엄습한다. 보통 스마트폰은 카메라 어플을 구동하면 전체 화면으로 피사체와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구닥은 화면 대부분을 일회용 카메라 모습을 재현하는 데 사용했다.

피사체를 확인하고, 구도를 보려면 엄지손톱 크기의 뷰파인더(피사체를 보고 프레임을 구성하는 카메라 창)를 참고할 수밖에 없도록 설정했다.

▲ 사진에 수채화 느낌이나 일러스트 느낌을 주는 어플 '올리'.

이 정도면 뷰파인더 구색만 갖췄을 뿐, 없어도 무관할 정도다.

일회용 카메라를 닮은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 번에 24장의 사진을 찍도록 설정한 모습은, 한 롤의 필름을 떠올리게 한다.

이 어플은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특별함이 매력이다.

우선 24장을 모두 찍어야 한다. 한 롤의 필름을 모두 사용한 순간을 기준으로 3일이 지나야만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언도(undo, 한 번 진행한 작업을 취소하고 직전의 상태로 복귀시키는 기능)가 만연한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느샌가 순간의 결정과 선택이 주는 '스릴'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제작자는 촬영을 끝낸 필름 하나를 현상소에 맡기고 사진이 인화되기를 기다리던 그 순간을 그리워한 것이다.

3일이라는 기다림이 있다 보니, 필름 카메라 효과가 적용된 결과물 하나하나가 만족스럽다.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이 있더라도 지우기가 아까울 정도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랜만에 바라본 하늘이 무척 아름다워 사진을 찍으려다가,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행복을 사진 한 컷이 모두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튜닝의 완성은 순정'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