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가 빈번한 휴가철에도 자전거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생활자전거는 물론 포장도로에서 빠른 속도를 즐길 수 있는 로드바이크(사이클), 비포장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릴 수 있는 산악자전거까지 다양한 '자전거족'이 전국을 수놓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인구는 13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의 수도 2005년 20만 5100명에서 2015년에는 27만 9544명으로 36%나 증가했다.

하지만, 자전거 애호가가 느는 만큼 사고도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교통사고 10건 중 1건 자전거 사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연구팀(김원영 교수, 김윤정 전문의)이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12∼2014년 사이 교통사고로 병원을 찾은 52만 9278명 중 자전거 관련 손상은 11.0%(5만 8352건)를 차지했다.

교통사고 10건 중 1건 이상이 자전거 관련 사고인 셈이다.

이 가운데 응급실 도착 후 숨지거나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 중환자실 입원 등의 '심각한 사고'는 2014년 기준으로 4.2%나 됐다. 2012년 5.0%에서 줄어든 수치지만 아직도 자전거 관련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대별로는 65세 이상 노인군의 심각한 사고 비율이 9.8%(2012년 10.3%)로 가장 빈번했다.

노인층에서 이처럼 심각한 사고가 잦은 것은 헬멧 착용 비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실제로 헬멧 착용률은 2012년 14.2%에서 2014년 20.3%로 높아졌지만, 노인군에서는 이런 비율이 65∼74세 11.2%, 75세 이상 3.6%에 그쳤다.

연구팀은 헬멧을 안 쓰고 자전거를 타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헬멧을 쓴 경우보다 81%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처럼 잦은 자전거 사고는 스포츠안전재단이 성인남녀 88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자전거 안전사고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이 조사에서는 자전거 활동 인구 한 명당 연평균 2.02회꼴로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자전거 부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끄러져 넘어짐(35.7%), 물체에 걸려 넘어짐(24.5%), 주변시설과 충돌(21.5%), 자동차·자전거 등과 충돌(11.5%) 등 순이다.

부상 부위는 무릎(37.5%), 머리(25.4%), 손(24.0%) 등의 순으로 많았다. 부상 정도는 전치 1주 미만의 경증 부상(66.4%)이 가장 많았지만, 전치 1∼2주(27.7%), 전치 3주 이상(7.8%)의 중증 부상도 적지 않았다.

김원영 교수는 "한국은 2010년부터 15세 이하 어린이에게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성인에 대한 규정은 아직 없다"면서 "여러 연구에서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후 자전거 관련 외상성 뇌손상이 획기적으로 감소한 게 확인된 만큼 성인의 헬멧 착용 의무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악자전거 사고 예방하려면

자전거 사고는 원인이 다양하다.

생활자전거는 자기 실력을 과신하거나 자전거 전용 도로 위를 달린다는 생각에 자칫 방심하기 쉽다.

실제 생활자전거 사고 경험자 10명 중 2명은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스트레칭과 같은 준비운동도 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로드바이크 또한 숙련자의 평균 시속이 생활자전거 평균 시속(20㎞)보다 두 배 빠른 40㎞에 달하지만,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사람은 절반이 채 안 되는 상황이다. 자동차와 함께 차도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자전거 사고가 더욱 빈번할 수 있는데도 안전장비 착용은 미흡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라이딩을 즐기기 전 반드시 코스를 머릿속에 인지해 두고 급제동, 급가속에도 우리 몸이 대처할 수 있도록 스트레칭과 같은 사전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요즘 같은 휴가철 숲 속에서 즐기는 자전거 라이딩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비좁은 등산로를 등산객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악자전거로 인한 부상 발생률은 약 30%로, 평균 자전거 사고(20.0%)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또 사고로 말미암은 후유증도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입산객과 하산객이 붐비는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와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의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무리하게 내려가기보다 완만한 경사를 선택해야 한다.

험한 지형에서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줄이려고 몸이 튀어 나갈 정도의 과한 자전거 서스펜션 세팅도 삼가야 한다.

이와 함께 산악자전거 특성상 자전거 진동이 척추에 그대로 전달되는 만큼 만성요통이나 척추 질환을 앓는 사람은 무리해서 타지 않는 것이 좋다. 무릎관절이나 고관절에 질병이나 통증을 앓는 사람도 각각의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의 예후를 보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은 "실력과 관계없이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게 자전거 부상인 만큼 되도록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규정 속도를 지켜가며 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무릎, 손목 관절과 대퇴부 부위 등을 충분히 스트레칭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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