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운영 과제에 지방분권 의지를 담은 이후 지방분권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헌법 개정, 제2국무회의 도입, 지방재정 자립 강화, 주민소환제 개선 등 큰 틀과 방향이 나온 만큼 지역민의 관점에서 중앙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에 보완할 점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로드맵 안에 구체적인 내용으로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지방분권 의지는 헌법 개정에 지방자치 내용을 담겠다고 한 데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으로는 부족하며 이를 총괄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방자치 보장을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은 이미 사회적 동의를 얻은 듯하다. 김상태 순천향대 교수는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를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규정이 없음을 지적하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나 자치입법권에 대한 규정 등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음을 선포한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헌법이 제정된 당시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으로 예정된 헌법 개정 일정을 감안하면 지역으로서는 논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일정도 촉급하거니와 지방정부, 지방의회, 시민단체 등이 지방자치를 논의할 역량이 갖추어졌는지도 의문이다. 자유한국당 출신의 단체장이나 시도의원들이 다수인 경남 정치권은 지방분권에 관한 전문성이나 의지를 읽어내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에 떠넘기는 등 지방 재정을 악화하는 정책을 강행할 때도 지역 정치권은 견제하지 못했다. 시민단체의 경우도 지난해 벌인 홍준표 전 도지사 주민소환 운동에서 추진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끝내 불발에 그치면서 한계도 드러냈다.

다행히 최근 경남도가 경남지방분권협의회를 구성했고, 도내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지방분권운동경남연대도 활동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지방자치 논의를 맡기기보다 지역에서 개헌 논의 등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런 과정도 지방분권을 튼튼히 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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