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정용병·김수웅 씨 증언…일본 배상·친일잔재 청산 촉구

"일제 강제 징용 노동자에게 사과하고, 배상하라."

한국노총 경남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주축인 '(가칭)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시민의 뜻을 모으고자 대중행사를 열었다.

지난 21일 저녁 7시 무더위 속에 창원 정우상가 앞에 200여 명이 모였다. '일제 강제 징용 노동자상 건립, 친일 잔재 청산, 한반도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경남대회'에 참석한 이들이다.

이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들이 참석해 생생한 증언을 했다. 남해에 사는 정용병(67) 씨는 "너무 억울하다. 전 국민에게 우리가 겪은 일을 알리고 싶었다"며 운을 뗐다.

정 씨는 "저는 유복자다. 부친 얼굴도 모른다. 어느 날 새벽에 잡혀간 아버지가 2년 후에 만신창이가 돼서 돌아왔다고 한다. 돌아와서 얼마 안 돼 돌아가셨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일제 강제 징용 노동자상 건립과 친일잔재 청산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가 지난 21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한국노총 앞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일제 강제 징용 유가족 김수웅 씨가 증언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거창에 사는 김수웅(73) 씨는 이야기를 하며 목이 멨다.

김 씨는 "아버지는 1944년 해방을 앞두고 사할린으로 끌려갔다. 곧 돌아오신다며 장작을 가지런히 재어두고 간 아버지가 70년이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그는 "30대 가장이 징용에 끌려가고 한 가정이 몰살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할린에 가봤다. 해방 후 부두에서 징용자들이 돌아갈 배를 기다렸지만, 배가 오지 않아 굶어 죽고 병들어 죽었다고 한다"며 가슴 아픈 과거를 말했다. 이어 "정부가 유골이나마 찾아서 유가족 품에 안겨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경남본부 상임 대표는 대회사에서 "우리 사회에 '친일 적폐'가 남아 있어서 아직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이 안 됐다. 군수 공장 등에서 매 맞아 죽고, 굶어 죽은 피해자에게 대통령이 위로 편지 한 통이라도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사과, 배상도 촉구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경남본부 창원시지부 의장, 신종관 경남노동자 통일선봉대 대장은 역사를 기억하고자 일제 강제 징용노동자상 건립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창원시립예술단 노래 공연, 뮤지컬 〈통깨비〉 공연, 한뫼줄기 합창에 이어 상남분수광장까지 행진을 하며 마무리됐다.

추진위는 25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 기자회견, 26·27·28일 〈군함도〉 공동체 영화 상영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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