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입처인 경남도청을 떠나 마산 양덕동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 앞에 오거리가 있으니 이 글 컷처럼 그야말로 오거리에 섰다.

오거리…. 길은 다섯 갈래지만 정해진 곳도, 부르는 곳도 없다. 길은 사실상 둘이다. 왔던 길 그대로 가느냐, 뭔가 다른 길로 가느냐뿐이다.

주간지역지였던 〈진주신문〉에서 1995년 1월부터 중간에 1년 6개월을 빼고는 나는 지금까지 신문기사를 썼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획까지 하루 평균 2건, 1년 평균 500건, 그렇게 20년간 1만 건 안팎의 기사를 썼다.

1만 건의 기사, 1만 번의 기사 쓰기는 도대체 뭐였을까?

내 나름대로 생각했던 기사의 가치, 방향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대부분 직업이라는 명분에 따라 수행된 일이므로 굳이 내세울 것까지는 없다.

그 기사들 대부분은 3가지 유형으로 쓰였다. 시켜서 쓴 기사, 발생해서 쓴 기사, 내가 원해서 쓴 기사다. 이것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자들 대부분이 비슷하지 않을까.

다만, 오늘따라 유난히 지난 시간, 지난 기사가 되짚어지는 건 허무함 때문이다.

허무했던 때가 이번만은 아니었다. 앞의 직장에서 나왔을 때, 지금 직장에서 처음 적응을 못했을 때, 중간에 데스크로부터 심한 '문장 칼질'을 당했을 때, 그때마다 허무하긴 했다.

지금의 허무함은 그때와 다르다. 그때보다 선명한 모습이 아니다. 호숫가 안개 속처럼 어슴프레하다. 내가 뭘 고민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의문 하나는 뚜렷하다. 내 기사는 독자에게 닿고 있나?

지면으로 보도되는데 읽지 그럼 안 읽어? 읽는다 한들, 닿는 것은 아니다. 내 글은 독자에게 닿지 않는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래, 그걸 모르겠다.

폭염 속의 어린교오거리에 서서 길을 정하지 못하고 배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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