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류 등 난기류 형성 예측 어려워
사회 전반 적폐청산 지나 희망 있기를

지난 5월,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이륙 후 1시간여쯤 지났을까, 비행기가 일본 상공을 통과할 무렵부터 기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무려 2시간 이상 지속하였다. 결국, 비행기는 알래스카 북쪽을 순회하는 북극항로를 포기하고 시애틀 상공을 지나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코스를 따라 비행했다. 길고 긴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이 난기류의 너머에는 꿈과 희망이 있었다. 세계적인 과학자, 공학자로 성장하기를 꿈꾸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평소 동경하던 명문대학과 연구소를 방문할 계획도 있었고, 다양한 문화체험도 기다리고 있었다.

난기류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주로 소나기구름이나 제트기류 주변, 그리고 높은 산의 상공을 통과할 때 생긴다. 먼저, 소나기를 몰고 오는 적란운은 대류성의 상승기류가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구름은 지상 부근과 상공의 온도 차가 큰 여름에 주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 지방에서는 적란운이 5~16㎞ 높이에 달하는데, 그 속에는 상승·하강기류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기 때문에 이곳을 비행기가 통과하면 기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미주노선처럼 태평양을 횡단하는 비행기는 제트기류를 타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 제트기류 주변의 고고도에서는 구름도 없는 맑은 하늘에서 풍향과 풍속이 급변하는 청천 난기류(Clear Air Turbulence)가 존재한다. 이것은 조종사의 육안이나 심지어는 비행기에 장착된 기상 레이더로도 식별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예측이 매우 어려운 위험한 난기류이다.

다음으로, 강풍이 높은 산맥을 넘어가면 그 전방에 산악지형 특유의 산악파(Mountain Wave)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로는 대개 일본열도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 중심부에 해발 3000m 전후의 높은 산맥들이 겹겹이 발달하여 있다. 여기를 통과할 무렵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는 정상파 파형의 난기류를 만날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난기류는 유동성이 큰 공기층 내에서 생겨난 크고 작은 교란이 안정된 상태로 회복하려는 자정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난기류가 비단 하늘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탄생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서 난기류가 난무하고 있다.

행복교육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교육 또한 예외가 아니다. 특권을 없애자는 명분으로 자사고·외고 정책이 논란의 와중에 있고,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 또한 수학·과학에 대한 편식과 과도한 선행학습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혁신교육, 무상급식, 무상교육도 좋고 무너졌다는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 역시 필요하겠지만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하는 헌법 정신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과학영재나 예술·체육 영재 또한 그들의 능력에 합당한 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 과거의 '종합고'를 복원시켜서 고교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일반고를 매력 넘치는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드는 특단의 투자가 필요하다. 고교서열화를 없애겠다는 정책이 또 다른 서열화를 낳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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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의 방미 중에 난기류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처럼 난기류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미국행 비행기에서 경험한 길고 긴 난기류의 너머에는 분명 설렘과 기대가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크고 작은 난기류도 그 고통을 감내하고 나면 그야말로 적폐가 청산되고 바로 선 대한민국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까? 하루빨리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질서 있고 균형 잡힌 성숙하고 안정된 사회로 발전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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