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영·심은영 등 작가 10명 눈으로만 보는 미술 전시 탈피
관객의 능동적 참여 이끌어내…3·15아트센터서 8월 13일까지

내가 참여해야 완성되는 전시. 그 결말이 궁금하다.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위플레이'전이 한창이다. 지난 14일 개막해 다음 달 13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로 빛을 낸다.

창원문화재단(대표이사 신용수)은 '문화예술특별시 선포 1주년'을 기념해 '인터랙티브 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창원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손을 맞잡고 전통적 관람방식에서 벗어난 능동형 전시를 고민했다. 장두영 작가가 총기획을 맡았고 심은영, 이성륙, 얼빠진놈들(방상환, 장건율), 최승준, 최수환, BOND(손의동, 김동영, 이형동, 장두영)가 작품을 내놓았다.

◇과연 전시의 마지막 모습은? = 3·15아트센터 1층 제2전시실 앞. 어쩌면 낯설고 당황해 할 관람객을 위해 '위플레이 전시사용설명서'가 안내대에 놓여 있다. 봐도 좋고 안 봐도 상관없다. 작가가 의도한 대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

가장 먼저 심은영 작가의 '상상적 실천-수집된 옷으로부터'를 만난다. 바느질 연결작업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 누군가 바닥에 앉아 바느질을 한 것이다. 헌옷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로 연결되어 전시실 기둥과 벽면을 타고 올라간다. 누가 입었는지 알 수 없는 옷들이 역시 누가 꿰맸는지 모르지만 서로 맞닿아 있다. 심 작가는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어 존재하는 것을 상상해본다.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예술이 되어 연결되고 거대한 예술의 옷을 입게 되는 것을 상상해 본다"라고 했다.

이어 이성륙 작가의 '시민들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민화 창작 프로젝트'가 열린다. 말 그대로 시민이 그리는 그림 '민화'다. 창작자와 관람자의 구분이 없다. 누구든지 전시실에 준비된 도구로 그림을 그리고 전시실 벽면에 전시할 수 있다. 점점 이성륙 작가의 그림은 없어지고 '민화'로 채워진다.

최승준 작가가 준비한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 관람과 창작의 경계를 허문다. 최 작가는 커다란 그림을 감상한 후 마음에 드는 부분을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분필로 액자를 그려넣으라고 한다. 전시 막바지, 관람객이 선택한 이미지들이 액자에 씌워져 전시장 벽을 채우게 된다.

최 작가는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내는 순간까지의 해석. 바로 교감이다"라고 말했다. 제2전시실에서 시작한 전시는 제1전시실로 이어진다.

최수환 작가는 체험할 수 있는 설치작품을 세웠다. 문을 천천히 열거나 닫으면 된다. 그러면 반대편 문이 그대로 반응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들고온 오래된 문 두 개는 전시장에서 다시 공간을 만들어냈다. '거울, 그리고 기억'이라는 주제로 1전시실 입구에 만든 두 개의 건축 모형은 전시실 외부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시민에게 창원의 문화를 묻다 = 문화예술특별시 선포 1주년을 기념한 전시에 맞춰 시민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도 마련됐다.

'얼빠진놈들'은 지난 5일부터 '창원문화예술특별시 슬로건을 듣고 처음 들었던 생각 혹은 느낌은요', '문화와 예술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등을 묻고 다녔다. 매주 수·토요일 창원 곳곳을 누비며 답을 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참여자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1전시실에는 그동안 인터뷰한 시민의 초상화와 답변이 공개되어 있다.

BOND는 '더 트리'라는 이름으로 아카이브(정보를 모아두는 창고)를 위한 아카이브를 진행한다. 비닐에 씌워진 나무를 보고 우리가 자연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서로 공유해보는 자리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벌목되는 나무와 예술활동에 쓰이는 나무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등 여러 질문에 답을 하고 3·15아트센터 주변의 나무를 찾아 비닐을 제거해볼 수 있다. BOND는 이를 모아 새로운 아카이브를 완성한다.

창원문화재단 측은 "작가와 소통을 통한 신뢰형성, 관객을 위한 직관적인 장치, 전시 과정과 결과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 등 여러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참여 프로그램 작가별 일정은 상이. 창원문화재단 홈페이지 참고. 문의 055-719-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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