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기자가 만난 농협 CEO] (20) 이화형 거창농협 조합장
마트 품목 다변화·내·외연 확장 충실…6차 산업화 준비
리모델링·정육 해썹 확충 앞장 마트 매출 4000만 원 상향
대출 연체비율 '0%'성과도…자재백화점으로 도약 준비

"침체냐, 변화냐 하는 갈림길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농협을 만들어야 합니다."

거창군 전체면적에서 산은 70% 이상을 차지한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고 바깥과 통하기 어려운 고산 분지인 거창에서 1940년대 들여온 사과는 주민들의 살림살이를 넉넉게 했다.

사과가 거창 사회 경제적 구조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지만, 지금은 거창을 대표하지 않는다. 기후가 변했고, 도시 여건이 변했기 때문이다. 6차 산업화를 앞두고 거창농협 조합원들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안정적인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이화형(61) 조합장이 3선에 도전한 전 조합장과의 선거에서 지지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조합장 임기가 절반이 지난 현재, 거창농협 이력은 더욱 화려해졌고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거창농협 이화형 조합장은 "남은 임기 동안 안정적인 개혁으로 전국에서 으뜸가는 농협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변화 원하는 조합원 목소리 집중

이 조합장은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거창농협 창남지점장까지 33년간 농협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정확하고 깔끔한 일 처리는 사업을 점검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33년 농협 경험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 조합장과 맞붙은 조합장 선거에서 무난하게 당선됐다.

"변화를 갈망하는 조합원이 많았습니다. 농산물 개방에 따른 가격 하락과 영농 자재비 인상, 기후 변화에 따른 품종 보급, 재무 환경 변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는 제 뜻과 조합원의 뜻이 잘 맞았다고 생각됩니다."

취임 이후 사업 점검과 리스크 관리가 시작됐다.

농협이 운영해 '구식'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예식장 사업은 3월 말 종료했다. 신선한 농축산물을 취급해 지역 내 마트 중에서도 판매액이 높은 하나로마트 운영은 외연을 확대했다.

2016년 12월 확장 리모델링 후 '농산물 전문 판매장'에서 농축산물 판매에 주력하며 상품을 다양화했고, 정육 해썹(HACCP) 시설 등을 확충했다. 수산코너를 임대에서 직영으로 전환해 운영했다. 리모델링 후 일 매출이 4000만원으로 상향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화요장터가 열리는 날은 최고 6000만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2016년 총사업량은 사업계획 목표 대비 133%를 달성했고, 순이익 역시 목표 대비 109%의 높은 손익을 달성했다.

안정적인 개혁은 신용사업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 이화형 조합장./김구연 기자

◇클린뱅크 그랑프리

거창농협은 전국 농협을 대상으로 깨끗한 은행을 나타내는 클린뱅크 평가에서 연체비율 0.00%로 4년 연속 최고등급인 '금' 등급을 획득해 지난해 그랑프리 인증서를 획득했다. 상호금융대출금은 3366억만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619억원이 증가했다. 빈틈없는 관리도 이유지만 이 조합장은 겸손하게도(?) 거창이 교육도시이며 돈 흐름이 활발한 도시적 특성으로 공을 돌렸다.

거창여고, 거창고, 거창중앙고, 거창대성고, 거창공업고, 아림고, 대성일고 등 거창에 고등학교가 7개나 있다. 이 가운데 거창고와 대성고가 '교육 도시' 거창을 이끈 양대 사학으로 꼽힌다. 행정·교육기관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끌어들여 거창읍은 이른바 배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거창농협은 거창읍 중심에 있다. 거창읍에 있는 많은 금융기관 중 거창농협이 눈에 띄게 선두를 달리고 있다.

거창농협 영농자재 지원은 3000명이 넘는 조합원에게 각 20만 원씩 연 7억 원 상당을 영농자재교환권으로 지급해 타 농협과 차별화하고 있다. 지도사업비도 일 년에 16억원을 배정해 조합원 실익사업 지원에 주력하고, 주유소도 리터당 150원 이상 저렴하게 유류를 판매해 관내 기름값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조합원과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 조합장의 새로운 도전은 자재백화점 설립이다.

"농협 운영은 어느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합니다. 이제 조합원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펼치고자 합니다. 자재센터에서 취급하지 않는 자재를 구입할 때 농민들이 대구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농협이 주체가 돼 저렴하고 다양하게 자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자재백화점을 건립해 달라는 조합원님들의 요구가 많아 대규모 자재백화점 건립을 목표로 터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1등 농협으로 발돋움한 거창농협은 이제 '국가대표 농협'으로 목표를 상향했다. 전국 1등이 경쟁을 통해 국가대표로 선발 되듯이 전국에서 으뜸가는 농협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 조합장의 카리스마와 표정에서 의지를 확인했다.

<거창농협은?>

거창농협은 준농촌형 농협으로 1974년 4월 20일 설립됐다. 초대 조합장은 송계수 조합장이다. 현 이화형 조합장은 2015년 13대 조합장으로 취임해 경영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조합원은 3284명이고, 준조합원 1만 8624명, 임원 13명, 직원 89명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시설은 본점 1개, 지점 4개(월천, 창남, 대동, 아림), 하나로마트 3개(본점, 월천, 대동), 농산물 유통센터, 자재센터, 주유소, 예식장(그린웨딩홀)이 있다. 예식장은 지난 3월까지만 운영하고 종료된 사업이다.

특히, 아림지점은 2004년 신규 개점한 이래 2015년 말부터 총예금이 800억 원을 돌파해 거창농협 4개 지점 중 가장 큰 수신고를 자랑하고 있다. 아림지점은 2015년·2016년 2년 연속 농협지점 종합업적평가 경남전체 1위를 수상해 최우수지점으로 선정됐다.

거창농협의 2016년 말 기준 총자산은 4545억 원이고, 이익 잉여금은 126억 원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억 77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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