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척결 칼날 뽑았으니 확실하게
KAI-협력사 유기적 관계 형성 계기돼야

지난주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에 대한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 감사원의 수리온과 방사청 감사 결과 발표, 지난 17일 KAI 과장급 직원의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수사 중간발표에 이어 18일 하성용 대표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모 씨의 T사 등 창원·사천 KAI 납품업체 5곳 압수수색 등 KAI를 향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방위산업비리 근절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그 칼끝은 하 사장과 전 정권 실세를 겨누고 있다. 하 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친인척임을 내세우고 친박 핵심 세력과 친분을 과시하는 등 정권이 바뀌면 교체될 공기업 대표 '0순위'로 지목됐었다.

최근 몇 차례 취재차 사천을 방문했을 때 지역경제계 한 인사는 KAI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압박이 시작될 것 같다고 예고했다. 하 사장이 친민주당 성향의 인사를 부사장으로 앉혀 정권과 관계개선에 나서고자 했지만 그가 돌연 사천행을 취소한 일을 그 근거로 들었다. 현 정권 혹은 민주당 쪽에서 만류했을 거라는 게 이 인사의 추측이다. 또, 이 인사는 이 사건이 하 사장을 향한 사정 칼바람의 본격 신호탄이라고도 했다. 그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지난주 대대적인 KAI 압수수색에 이어 18일에는 하 사장 최측근의 업체를 비롯해 하 사장 재임 시 일감을 몰아서 받은 업체 5곳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근 일련의 수사가 아니더라도 도내 항공업계에서는 원청사인 KAI의 납품 단가 인하 압력, 특정 업체 중심 물량 몰아주기, 국외 항공업체와 직접 거래하면 물량을 줄이는 식으로 사실상 직접 수주를 못하게 하는 등 갑질이 만만찮다고 했다. 한 항공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부정당거래 혹은 하도급 대금 과다 축소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 혹은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은 두산중공업·현대위아·대우조선해양 등 도내 대표적인 대기업보다 갑질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KAI는 국방 부문에서는 'T-50'이라는 완제기를 만들었지만 아직 중형 민항기조차 자체 제작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중국이 최근 자체 기술로 개발한 중대형 민항기를 상용화한 것과 비교되며 세계 항공우주산업 후발 주자이자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아직 미미하다. 오히려 국내 항공산업 중소업체들이 직접 국외 수주를 하며 기술력을 높여야 KAI가 민항기 최종 조립 기술을 확보했을 때 값싸면서도 질 좋은 부분품과 부품을 이들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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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방산비리 척결'이라는 칼날을 뽑았으면 수사당국은 혹여 납품업체에 대한 KAI의 부당한 횡포는 없었는지 유심히 들여다봐주기를 바란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성장하려면 KAI와 다른 중견·중소항공업체 간 유기적인 관계 형성과 상호 발전이 절실하다. 이번 수사가 갑질은 줄이고, KAI와 협력사간 상호 유기성은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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