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회 불확실한 '조수미 예술학교' 둘러싼 유치전 눈살

창원시의회 임시회가 열린 지난 18일, 본회의장에서는 때아닌 낮은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전수명(자유한국당, 중앙·태평·충무·여좌)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할 때였다. 킥킥대거나 한숨 섞인 웃음을 흘려보낸 건 비단 동료 의원들뿐만이 아니었다. 본회의장에 배석한 간부 공무원 중에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방청석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웃음 바이러스(?)는 전 의원이 5분 발언을 하는 내내 본회의장 전체를 감돌았다. 이날 전 의원은 창원시가 추진하는 '조수미 예술학교'를 진해 (구)육군대학 터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조수미 예술학교를 자신들의 지역구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시의원은 이미 3명이나 더 있었다.

지난 18일 열린 창원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창원시의회

김우돌 의원은 의창구 동읍에, 정쌍학 의원은 마산합포구 해양신도시 터에, 김삼모 의원은 사파동에 조수미 예술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들이 밝힌 당위성도 다채로웠다. 동읍은 조수미 씨 부친의 고향이고, 마산해양신도시는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만한 랜드마크가 절실한 곳이며, 사파동은 교통·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이 내린 적격지'라는 주장이었다. 이러던 차에 전 의원은 진해구에 있는 '구 육대 터'를 하나 더 보태기에 이르렀다.

물론 전 의원은 통합 이후 가시지 않는 '진해 홀대론'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고, 진해 지역을 대표할 교육기관이 없다는 지역구 주민의 아쉬움을 반영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구에서 분출하는 민원을 시의원이 집행부에 요구하는 건 당연한데, 왜 본회의장에서는 자조 섞인 웃음이 나왔을까.

유추해본 이유는 '조수미 예술학교' 건립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업무협약 체결만 했을뿐 가시적인 행정절차가 진행된 게 없을뿐더러, 조수미 씨 측의 진의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학교 법인 설립을 위한 재원을 조 씨 측에서 마련해야 하는데,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1년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 때문에 실체가 없는 학교를 유치하려고 시의원들이 같은 주제를 놓고 네 명이 다른 주장을 펼친 데 대해 "난센스"라는 반응이 의회 내에서도 퍼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조수미 학교를 유치하겠다고 주장한 성산, 의창, 마산합포, 진해 어느 한 곳에라도 가면 싸움이 날 테니, 차라리 마산회원구에 보내자"라든지 "조수미 1학교·2학교·3학교·4학교…까지 만들자"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시의원들 사이에서 나돌았다.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시의원 대다수는 창원·마산·진해로 나눠 대립해온 사례가 많았다. 통합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대책도 시의회 차원에서 나온 적이 없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터져 나온 웃음은 비단 전수명 의원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에게 보낸 씁쓸한 웃음소리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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