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날 좀 내버려 둬요
홍수조절 허울 쓴 아파트 50층 높이 댐 건설 수면 위로…자연 파괴 우려
환경운동가 퍼포먼스 "댐 강행 땐 4대 강처럼 국민적 저항 부딪힐 것"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가 어딘지 아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환경운동을 하는 나도 사실은 잘 몰랐다. 그러나 그곳이 어딘지 알게 되면 "음 그렇구나" 하고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모름지기 1호로 꼽힌 국립공원은 그 나라의 자랑이자 보배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는 어디냐? 그렇다. 바로 지리산이다.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 그만큼 지리산은 우리의 자랑이자 이 나라의 보배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고, 그것은 누대로 물려줘야 할 공공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

◇지리산에 웬 댐이란 말인가

그런데 한편에선 이상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오호통재라, 지리산댐이라니. 국립공원 제1호에 댐을 짓겠단다.

"민족의 영산에 초대형 댐을 세우겠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 나라 토건세력들의 탐욕은 끝이 없다"는 탄식들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함양군 휴천면 지리산댐이 들어설 일대.

만약 이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지리산에 무려 아파트 50층 높이에 해당하는, 국내 최대인 평화의 댐(125m)보다 더 높은 141m짜리 국내 가장 높은 댐이 들어선다. 길이도 896m로 또한 국내서 두 번째로 긴 댐이 된다. 총저수량 1억 7000만 톤의 초대형 댐이 계획된 것이다. 수몰면적 4.6㎢에 수몰가구수는 289가구다.

지리산댐 계획은 30년 전에 집중 거론되다 시민환경단체와 불교계 등의 강력한 반발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도지사를 맡고 있던 2014년 6월 "지리산댐 건설을 함양 주민투표로 물어야 한다"며 논란을 재점화했고, 2016년 9월에는 지리산댐 등을 통한 식수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지리산댐 건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그러나 경남도의 이 계획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리산댐을 식수용이 아닌 홍수조절용으로만 검토하고 있다고 하고, 시민환경단체의 반발 또한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국가명승지 용유담과 포트홀

특히 댐 수몰 예정지 안에는 유명한 절경지인 용유담(龍遊潭)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국가명승지로 지정해도 좋을 만큼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한국수자원공사는 2012년 용유담의 국가명승지 지정 반대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국가명승지로 지정되면 댐 건설의 장애가 되기 때문에)

또한 이곳은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특이한 지형을 가지고 있어 학계의 관심이 높기도 하다. 용유담에는 기이한 모양의 기반암이 넓게 펼쳐져 있고, 움푹 파인 바위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포트홀(Pothole)이라고 한다.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오창환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용유담 전경.
자연이 만든 절경, 포트홀(우리말로 돌개구멍).

"포트홀은 기반암의 오목한 부분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물살에 따라 돌며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낸 절경이다. 이러한 회전운동이 계속되면 오목한 부분이 점점 깊게 파이면서 수 미터의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 지리산은 18~19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리산 지역이 어떻게 생성되었는가는 학계에서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용유담은 강원도 인제 내린천, 경기 가평군 가평천 등 한국에서 몇 되지 않는 포트홀(침식지형)지역으로 아름다운 경관적 가치와 연구적 가치에 문화·역사적 배경과 귀중한 생태적 가치 등 복합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용유담 자체를 지질공원으로 지정하는 등의 보전활동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일대의 지리산은 청정지역이자 경관이 수려한 곳이기에 환경단체 등의 주장대로 절대 보존지역으로 묶어서 보존한다.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용유담 안에서 현수막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가들, 지리산으로

이에 얼마 전 전국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지리산에 모였다. 활동가들은 댐 예정지를 둘러보고, 국가명승지나 다름없는 용유담에도 들어가 보면서 지리산댐을 계획하고 있는 경남도를 이구동성으로 성토했다.

"철이 지난 지리산댐을 다시 들고 나와 이 아름다운 지리산을 수장시키려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사업을 벌이는 짓이다. 4대 강 사업이 국민의 철퇴를 맞은 것처럼 지리산댐도 만약 강행하게 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현장을 안내한 진주환경운동연합 백인식 국장의 일성이다.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에 애초에 누가 이런 댐 건설 계획을 생각해냈는지 그 상상력이 대단하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댐이나 케이블카 등이 들어설 곳이 아니라,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서 후대로 그대로 전해져야 할 보배다. 그것이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의 참 역할일 것이다. /오마이뉴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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