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감사원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결빙 문제를 방위사업청이 몇 해 동안 묵인하여 왔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성능개선을 위한 지체배상금 약 4571억 원마저도 부과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장명진 방위사업청장과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산비리 척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꼽고 있기 때문에 방산비리 수사는 시간문제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17일 검찰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수리온 원가조작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방산비리의 주체인 개인들에 대한 수사를 두고 정치보복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는 곤란하다. 물론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 중의 한 명이 연루되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산비리 수사가 사실상 정치인들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로 둔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산비리 수사는 비리 정치인 단죄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방위산업의 질적 향상을 통해 자주국방의 초석을 다지면서 국가적 전략산업의 위치에 있는 게 바로 방위산업이다. 즉, 방위산업의 발전을 좀먹는 비리와 부정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나 비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론 국가의 안위에 해를 끼치는 매국행위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방위산업이 지닌 이런 특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대한 수사가 기업행위의 위축을 가져올 거라는 염려의 시선으로 볼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특정 개인이 저지른 비행이나 범죄를 단죄하지 않고는 방위산업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즉, 수리온 헬기를 군에 빨리 배치하는 게 중요하지 않고 성능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고치고 개선하면서 더 나은 무기로 발전시켜야 하는 게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문제가 있는 무기를 빨리 만들어 팔아버리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장사꾼이 아니라 사기꾼의 눈속임일 뿐이다. 이런 사술에 가까운 행위들을 엄벌에 처해야 방위산업은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역 항공우주산업의 위축이나 악영향을 따지기 전에 국가전략산업인 방위산업의 투명성을 우선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