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면, 통영 성동조선해양 야드가 일이 없어 텅텅 빌 것으로 예상했다. '또 그런 기사를 써야 하나'란 생각을 하던 즈음, 성동의 RG(선수금 환급 보증)발급 소식은 볕 쨍쨍 내리쬐던 날 들렸다.

성동의 11월이 바뀌는 거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의 아픔을 11월 통영이 재연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통영GRDP(지역내총생산)의 48%, 통영 수출 80% 이상을 차지했던 조선의 꿈은 잊혀 갔다. 조선소가 하나둘 무너질 때 나는 많은 노동자의 눈물을 봤다. 배를 짓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현장을 떠났나. "RG를 발급하라"며, 통영에서 청와대까지 걷다 발가락이 빠져버린 신아sb 옛 노동자들의 절규는 어땠으며….

이 과정에서 조선 빅3의 '대마불사'만 유효했던 게 사실이다.

성동 노사가 이뤄낸 RG 발급 성과는 엉뚱하게 3년 전 선거 때처럼 내년 선거에서 자치단체장 선거 홍보물 치적으로 새겨질지도 모른다.

요즘 통영은 현직 시장이 과거 불륜을 사과했고, 남녀 중학생이 여중생을 수십 회 성매매 시키고 동영상까지 촬영한 잔인한 사건에 분노하고 있다. 미성년자란 이유 등으로 법원은 가해자를 모조리 집행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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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소식에 묻혔지만, RG발급은 수렁에서 건진 사활의 꿈이었다. 사실 뜨겁게 축하 받아야 마땅하다.

읽어보시라. 성동조선 배운용 차장이 'RG발급 성공'이란 보도자료에 딸려 쓴 간절한 글.

'얼마 만에 보도자료를 적는지 모르겠습니다. 손까지 떨리는(?) 건 왠지…. 이제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 성동도 빨리 정상화되고, 저도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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