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거창 군민은 거창군 의회가 관련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을 접할 때마다 때로는 호소로, 때로는 엄중한 경고로 군민 앞에 부끄럼 없는 군의회로 거듭나주기를 촉구하며 지금껏 기다려 왔다.

애초부터 군민과 시민단체가 원했던 것은 탁월한 능력과 열정으로 군정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군민들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질 높은 의정활동이 아니었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짧고 여러모로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 다만 성실과 청렴결백으로 의정활동을 해 주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군민들의 이런 소박한 바람에 역행하여 거창군 의회는 지금까지 수 차례에 걸쳐 추악한 모습과 의혹을 뿌려왔고, 그때마다 빗발치는 군민들의 비난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하기보다는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로 사태를 모면하기에 급급했다.
설 연휴 직전에 터져 나온 군의회 비리 관련 검찰수사 소식은 놀라우면서도, 이제까지 군 의회와 관련해 거창 군민들과 시민단체에서 주장한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한 진실 규명 요구에 비해서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연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거창군의회 손판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관급 공사를 알선해 주고, 잘 봐주는 조건으로 건설업자에게 수백만원의 뇌물을 받았으며, 오임수·조성재 의원 또한 같은 혐의로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하나하나 벗겨보면 몇몇 의원들의 개인비리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난 98년과 2000년 군의회 의장 선거 당시 의장후보였던 이수정 의원이 의장직에 당선되기 위해 의원들을 돈으로 매수한 사실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밝혀진 것으로 이제까지 군의원들이 저지른 비리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런 사건의 배경 때문에 검찰의 수사에 당황한 이수정 의원은 의장직뿐 아니라 의원직까지 서둘러 사퇴했다.

또한 나머지 의원들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행여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고, 자신들을 대표자로 뽑아 준 군민들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반성은커녕 황급히 새 의장을 선출함으로써 서둘러 위기를 모면하려는 속보이는 행동으로 거창 군민들을 또 다시 우롱하고 있다.

비록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번 검찰수사로 군 의회와 관련한 금품 수수 의혹을 비롯한 각종 비리, 이권을 둘러싼 향응 제공, 군 의회 내부의 검은 거래에 대한 의혹이 명백히 밝혀지길 기대한다.

그래서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우리 군 의회에서 이런 더러운 비리들이 자행되지 않기를 바라며, 거창군 의회가 스스로 지난날의 오명을 씻고 새롭게 출발하는 의미로 지금까지 알려진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는 검찰 또한 한치의 원칙에 어긋남이 없는 ‘성역 없는 공정한 수사’와 그 결과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발표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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