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정 작가 '27회 동서미술상' 수상
운영위원회 작가 3명 공개 심사
노 작가 초현실주의 기법 돋보여
9월 15일 리베라컨벤션서 시상식

노혜정(48) 작가가 제27회 동서미술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지난 16일 동서미술상운영위원회(위원장 정목일)가 창원 3·15아트센터 5강의실에서 제27회 동서미술상 공개 심사를 했다. 이날 최종 후보에 오른 노혜정, 최정호, 태호상 작가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간단한 질의응답 후 심사위원 18명이 곧바로 투표를 진행했다. 몇 분 후 가장 많이 득표한 노혜정 작가가 올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공개 심사가 시작되는 오후 4시, 5강의실에는 3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모여들었다.

이날 총 진행을 맡은 김관수(19회 수상자) 작가가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여러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봐도 소용없었다. 웃으며 긴장을 풀어보려고 해도 후보자, 심사위원, 방청객 모두 손바닥에 흐르는 땀을 연방 닦아냈다.

노혜정 작가의 프레젠테이션 모습.

후보 세 명은 마른 침을 삼켰다. 주어진 10분 동안 자신의 작품세계를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프레젠테이션이 만만치 않았다. 최정호, 태호상 작가에 이어 노혜정 작가가 마이크 앞에 섰다.

"초기 화풍은 초현실주의 표현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20대에 누구나 겪는 자아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주제였습니다."

자화상이라고 말한 그가 보여준 작품 속에는 뒷모습을 한 여인이 서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콘크리트벽 안이다. 당시 답답했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작업에 변화를 주려고 아크릴 물감의 사용법도 모른 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해프닝' 같은 작품들이 나왔어요. 추상 요소로 가득했죠. 이 작품들을 모아 개인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후 작업이 또 달라집니다. 꽃과 선인장으로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인장은 고통 뒤에 찾아오는 희망의 메시지였어요. 그리고 다시 작업이 바뀝니다…."

▲ 위 작품은 20대 당시노 작가자화상. 콘크리트 벽 안 답답했던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가 보여준 작품은 얼룩말과 해바라기들. 강아지가 얼룩말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해바라기 아래서 얼룩말이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또 얼룩말에서 꽃이 피기도 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투병은 저를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한 인간이 마지막 여정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아버지를 얼룩말로 그려내 당신을 그리워했습니다. 이제는 'Sunny thing'하려고 합니다. 정말 밝아지고 싶거든요."

노 작가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5강의실은 더 조용해졌다. 떨지 않고 아버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여러 번 노력했다는 그. 잠시 후 수상자로 호명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변덕이 심해 작품도 수시로 달라졌지만 몇 시간씩 앉아 그림 그리는 일만큼은 변덕이 없습니다. 저를 다정하게 부르시던 송인식 관장님이 생각납니다. 앞으로 더 밝게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노 작가는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며 웃으며 소감을 말했다. 이어 최정호 사진가와 태호상 작가는 리베라컨벤션미술상을 받았다. 모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오른쪽은 돌 아가신 아버지를 얼룩말로 표현한 작품. 아버 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동서미술상은 1973년 도내 첫 전문화랑인 동서화랑의 고 송인식 관장이 사재 1억 원을 재원으로 지난 1990년에 시작한 경남 최초 민간 미술상이다.

지난 2013년 송 관장이 별세한 이후 정목일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과 동서미술상 수상자들이 운영을 해오고 있다. 2015년부터 공모를 해 공개 심사로 수상자를 선정해오고 있다. 상금 500만 원, 창작 지원금 500만 원(리베라컨벤션 후원) 등 총 1000만 원을 지원한다.

한편 제27회 동서미술상 시상식은 오는 9월 15일 창원 리베라컨벤션 대연회실에서 열린다. 수상 작품은 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롯데백화점마산점 더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