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단위 작은 지역에서 같은 때 같은 장소에서 국제연극제가 동시다발로 열리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일로 입방아에 오르기 십상이다. 거창군과 거창문화재단이 올해 신설키로 한 '2017 거창한 거창국제연극제'는 그런 의아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30년 전통의 거창국제연극제가 올해도 국민관광지인 위천면 수승대 일원에서 막을 올리기로 돼 있으나 거창군이 같은 듯 다른 이름의 판박이 국제연극제를 이중으로 벌이기로 해 위화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졌으며 말썽이 확산하고 있는지는 벌써 잘 알려졌다. 예산 지원을 받아 민간단체가 주도하다 보니 투명하지 못한 운영을 둘러싸고 내분이 일어났고 고소고발 등 분쟁이 커져 급기야 군 당국이 공동개최를 하거나 아니면 직접 개최로 문제 해결을 외치고 나선 것이다.

연극계의 입장은 물어볼 것도 없이 반대다. 내분이나 갈등은 집안 사정일 뿐이다. 민간영역에 행정청이 뛰어들어 맞불을 놓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창작성이 요구되는 문화행사이자 자율적 축제 마당에 지원을 해주는 일이라면 모를까 양분현상을 가져오게 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두 개의 국제연극제가 서로 헷갈리는 명칭으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면 혼란은 피할 수 없고 주민이나 외지 관람객이 겪어야 할 문화적 정체성 혼돈도 크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가 거창군과 거창문화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신청을 이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 판결은 그 같은 후유증을 원려한 고심의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거창군은 계획대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의 또 다른 연극제를 강행할 것임을 공언해 의사를 거두어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는 화합은 물론 문화생태적 공동체 형성은 강너머 불이 될 수 있다.

계획됐다고 해서 올해 꼭 하라는 법은 없다. 선도적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역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것이 우선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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