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을 분기점으로 글을 읽는 일이 몹시 힘들다. 입사 이후 매일 글을 쓰면서 벌어진 일인데, 활자가 예전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입사 이전에는 책 한 권을 손에 쥐면 잠을 자는 시간도 아까워 밤을 새우는 일은 기본이었다. 훌륭한 책에 한정한 이야기지만, 요점은 책 읽기가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장과 단어를 대하는 나의 자세가 예전과 달라졌다.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문장의 파도에 몸을 맡겼던 게 예전 독서법이라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보게 되고, 문법을 따져가며 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게 되자 책 한 장을 넘기는 일이 버겁기만 하다. 소재의 신선함·촘촘한 구성·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표현과 만나는 순간이 기쁜 게 아니라, 틀린 맞춤법·오탈자를 찾아내는 행위가 더 반가운, 웃지 못할 상황이다. 아니, 울고 싶을 정도다. 더는 내가 사랑하는 글들이 순수한 모습 그대로 다가오지 않는 데서 오는 슬픔이 무척 깊다.

문화부에 둥지를 틀면서 4주에 한 번, 서평을 쓰는 일을 맡겠다고 자진했던 데는 다른 이유가 없다. 오로지, 이렇게라도 억지로 책을 읽으면 상황이 나아질까 하는 고육책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이야기꾼, 무라카미 하루키가 새로운 소설을 냈다는 바다 건너의 소식은 한줄기 희망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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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가 풀리자마자 서점에 달려갔다. 그러고는 하루 만에 1권을 다 읽어버렸다. 신작은 그의 옛 작품의 소재나 구성이 반복되는 감이 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마음이다.

글을 읽는 행위가 이렇게도 기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 그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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