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권 사회 남자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
유교 사회 '부부'형성…다시 변화 조짐

부부는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지은 인간관계의 대표적인 명칭이다. 인류사의 가장 오래된 남녀관계는 모권사회 때부터 시작되었다. 자식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는 어머니가 자식의 양육과 사회관계를 모두 책임지는 제도다. 부부관계는 성립되지 않고 다만 일정 기간 동안만 남자가 여자들만 사는 영역에 들어와서 머물다 시간이 되면 곧장 떠나야 했다.

여자들 사는 영역과 남자들 사는 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되고, 남자는 여자의 임신을 위해 허락된 기간 말고는 원칙적으로 출입이 금지되었다. 여자들은 철저하게 남자들을 통제했다.

식량이 되는 사냥과 식물 열매나 뿌리의 채집, 물고기의 수렵으로 생긴 먹거리도 대부분 여자들 스스로 해결했고, 심지어 전쟁도 여자들의 몫이었기 때문에 남자는 딱 한 가지 외에는 전적으로 제맘대로 살 수 있었다.

이같이 여자가 역사 전면에 나서서 생활했던 모권사회는 기원전 3000년 무렵부터 기원전 800~700년 무렵까지 유지되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고대 중국의 하·은·주시대였다.

이때는 남자들이 전쟁과 사냥을 하되 최고지배자(제사장)의 어머니 명령에 절대 복종했다. 한 어머니 아들이 열 명이면 열 명 모두가 차례로 왕이 된다. 또한 국가 경영에 관한 모든 일을 어머니의 지휘에 따라야만 한다. 불복종하면 어머니는 왕을 바꿔버리고 참혹하게 응징했다. 이때 여자는 여러 명의 남자를 거느릴 수 있었다. 남자들은 복종의 미덕을 일찍 터득했다.

그렇게 1000여 년이 지나서 남자들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여자들 심부름이나 하면서 살다 죽을 것인가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불평이 쌓여서 시대정신이 되었다.

주나라 후반 어느날 왕의 어머니로부터 이웃나라 정벌을 명령받은 군대의 한 지휘관이 마침내 모반을 선동했다. 무장하고 집결해 있는 군인들에게 말했다. 그때의 연설이 저 유명한 암탉 우는 얘기다. 전설이 아닌 역사기록인데, <서경(書經)> 목서(牧誓)에 적혀 있다.

"옛사람이 이르되 암탉은 아침에 울지 않는다. 암탉이 아침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상왕수(商王受)는 여인의 말만 듣고 있다…."라고.

결국 상(은) 나라는 망하고 주(周)나라가 등장했는데, 주나라는 지금까지의 모권사회 여성 중심 국가를 정반대로 바꾸었다. 남자가 중심인 시대를 만들었다. 한 어머니가 낳은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큰아들(長子)만 왕이 될 수 있는 장자상속제도와 종가종법을 국가이념으로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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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남자중심주의가 시작되고, 여자는 지난 역사의 죄인이 되어 남자의 노예처럼 되어갔다. 종가종법이 곧 유교의 이념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남자가 여자를 선택했다. 버리는 일도 선택의 범주에 들었다. 그리고 부부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런데 21세기 즈음 이 부부의 관계가 또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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