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고 이상준 학생, 외삼촌 간암 투병한다는 소식 듣고 결심
교사·친구들은 헌혈증 모아 전달…플리마켓 열고 수익금 전하기로

도움은 도움을 낳는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

이상준(17·창신고3) 군은 지난달 14일 간암으로 투병 중인 외삼촌(52)에게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이 군은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 빈자리를 채워준 이는 외삼촌이었다. 그는 1년 전 외삼촌의 간암 투병 소식을 들은 뒤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외삼촌에게 간 이식을 해줄 이가 마땅히 없다는 걸 알고 선뜻 나섰다.

7~8시간에 걸친 수술이었다. 이 군의 배에는 'ㄴ'자 모양의 큰 상처가 남았다. 병원에선 후유증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한창 공부를 해야 하는 고3이지만 외래진료와 회복이 필요해 다음 달 중순까지 학교에는 나가지 못한다. 게다가 수천만 원의 빚이 남았다. 이 군 어머니 주경자(50) 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지만 오빠가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데다 집안 사정 역시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자신이 감당하기로 했다. 후회는 없다. 이 군도 마찬가지다.

이상준(왼쪽) 군과 어머니 주경자 씨. /최슬기 PD

"지금까지 정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특히 조규태(55) 담임선생님께 가장 감사해요. 선생님께서 나중에 필요할 거라며 직접 나서 헌혈증을 모아 주셨거든요."

조 교사는 지난 3월 말을 떠올렸다. 1학년 때부터 봐온 이 군이 유독 어두워 보여 먼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평소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던 이 군이 사정을 털어놨다.

"상준이가 (간 이식 전) 조직검사를 이야기하길래 당연히 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제가 주춤하면 애가 갈등할 것 같았거든요. 이후로는 상준이가 원하는 대로 해준 것뿐이에요."

조 교사는 이 군을 도와준 이들을 더 고마워했다. "보건선생님과 학생들이 헌혈증을 모으는 데 많이 도와줬어요. 어느 학생은 헌혈증이 있는데 필요하냐고 먼저 묻기도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상준이에게 신발을 주고자 학교까지 오신 분이 특히 기억나요. 상준이가 수술 전 체중 조절 때문에 등산을 자주 갔대요. 이 분이 밤에 교복 입은 아이가 등산을 하니까 유심히 보셨는데 신발이 너무 낡은 데다 마침 자신과 사이즈가 비슷해 신발을 주고 싶었다며 학교에 오셨어요."

조 교사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무엇보다 용기를 내준 상준이에게 너무 고마워요. 회복 잘 해서 학교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창신고(교장 곽경조)는 지난 12일부터 사흘 동안 특별한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수익금으로 이 군을 돕는 행사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민진(42) 보건교사는 "행사 첫날 모든 물건이 10분 만에 다 팔렸다"며 "이번 플리마켓이 이 군을 돕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기부 중요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군을 돕고 싶은 시민은 창신고 보건실(055-290-2830)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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