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국제고등학교 설립이 문재인 정부의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 공약으로 주춤한 상태다. 창원에 국제고가 꼭 필요한지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애초 창원시 계획은 2019년 개교가 목표였으며, 창원에 특수목적고가 한 곳밖에 없어 학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는 일을 막겠다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나 비단 문재인 정부 때문이 아니더라도 일반고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둔 박종훈 교육감의 경남도교육청 체제에서 국제고 설립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국제고가 포함된 특목고 대다수가 설립 취지를 벗어나 학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교가 된 터에 인재 유출 방지 목적의 국제고 설립 계획은 특목고의 변질에 편승하는 것이다. 특목고 설립 취지는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에 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 국제고는 국제 관계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입시 성적이 뛰어나거나 공부 잘하는 학생을 키워 대학 선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학교가 아니라는 뜻이다. 지자체가 주민 세금을 일반고가 아닌 입시 경쟁에서 최상위권을 점하는 학교를 짓는 데 쓰겠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협조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6~2016년 서울대 합격자 중 일반고 합격자 비율은 77.7%에서 46.1%로 줄어든 반면, 특목고·자율형사립고 출신은 18.3%에서 44.6%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이 서울대 잘 가는 학교로 판명나면서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영어나 수학을 배우는 기현상도 만연했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수월성 교육과 다양성을 구실로 공교육 입지를 좁힌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의 상징이다. 고교서열화를 부추기고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킨 특목고·자사고는 문재인 정부와 김상곤 교육부총리, 도교육청 체제에서 폐지 또는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령 제한적으로 허용되더라도 개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창원시가 국제고 설립 의지를 놓지 않겠다면 설립 취지에 맞게 계획을 재조정하고 교육 수요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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