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박상영 상대 견제 등 부진
자기계발서 읽으며 '마음 정리'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킨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22·한국체대·사진)에게 최근 '자존감 위기'가 찾아왔다.

올림픽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최고의 자리엔 '견제'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공격적 성향을 바탕으로 역습을 주로 구사하는 그를 철저히 분석한 상대들이 수비 위주의 전술로 맞서면서 틈을 찾기 어려워졌다. 올해 들어 그는 아직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7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박상영은 "이제 갈피를 좀 잡은 것 같다"고 미소 지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약간은 털어낸 모습이었다.

평소에도 유독 생각과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는 박상영은 부진을 겪는 동안 쉼없이 자신을 돌아봤다. 상대의 견제보다도 자신의 내면에서 원인을 찾았다.

"상대의 영향도 물론 있겠지만, 저 자신의 심리 상태가 저를 흔든 것 같아요. 상대가 저를 간파했더라도 제가 뭐든 시도해보면 되는 건데, 스스로 너무 의식하다 보니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는 19일부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심리적인 부분을 특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실력을 완전히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독서 애호가인 부친의 영향으로 외국으로 이동하거나 머무는 시간에 독서를 즐긴다는 박상영은 최근에 <자존감 수업> 같은 심리 관련 도서나 자기계발서 위주로 읽으며 마음을 정리한다고 귀띔했다.

물론 기술적인 보완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대표팀 전력분석가와 함께 영상 등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전술을 고심했다. 상대의 수비를 역습으로 깨뜨릴 방법을 찾는 게 주된 목표다. 그는 출국까지 남은 약 일주일은 "체력 훈련에 집중하며 기술을 더 다듬겠다"고 밝혔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박상영은 주요 4개 대회(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 및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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