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위험·환경오염 등 단가 뺀 원전·석탄발전 전기 쌀 수밖에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따른 발전설비 비용 부담 불가피
기술 향상되면 요금인상폭 적어 …바람·태양 에너지 수십년 '공짜'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전환으로 에너지정책을 바꾸겠다고 하니 전기요금 폭등한다는 우려가 크다. 석탄, 원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요금이 오르기는 할 거다. 워낙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싸다. 그래서 1인당 전기소비도 OECD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공급의 95%를 외국에서 수입하느라고 연간 100조 원이 넘는 비용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에너지 순수입량은 OECD 국가 중 3위로 에너지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구조다.

◇대한민국 전기요금은 왜 쌀까?

우리나라는 원전과 석탄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가 거의 80%다. 그런데 이들 비용이 싼 것은 핵폐기물 100만 년 보관, 방사성 물질 오염, 원전사고 위험, 미세먼지, 온실가스, 중금속 오염, 사회갈등 비용 등을 발전단가에 넣지 않은 까닭이다.

싼값에 원전과 석탄발전을 늘려왔는데 싼값이 싼 게 아니었던 거다. 그나마 이걸 보관하는 시설을 짓는 가장 싼 비용 53조 원은 적립해놓지도 않았다. 신규원전 1기에 4조 원이 넘는데 매년 신규원전 건설하다 보니 원전 폐로 비용도 핵폐기장 건설 비용도 거의 적립해놓은 게 없이 부채로 잡아놓았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이 비싼 것은 맞다. 2014년 kWh(킬로와트시)당 29.13센트, 현재 환율로 372원이다.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1단계는 93원, 2단계는 188원, 3단계는 280원이니까 중간값으로 보면 2배가량이다.

독일은 1998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4.7%에서 2014년 25.8%로 16년간 다섯 배 늘어나는 동안 kWh당 전기요금은 17.11센트에서 29.13센트로 두 배가량 올랐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 내는 총 전기소비량은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에너지효율이 늘어나면서 전기소비가 줄어서 총 전기요금은 물가상승률 반영했을 때 거의 변화가 없다.

기술발전이란 게 그런 거다. 20년 전의 냉장고와 지금의 냉장고를 비교해보면 용량은 더 커졌지만, 전기소비량은 대폭 줄었다.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당시는 재생에너지가 비쌀 때였으니까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컸다. 지금은 재생에너지 단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이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01년 1330원이었던 태양광발전단가(원/kWh)가 2015년이 되면 255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70원까지 떨어졌다. 원전은 30원대에서 2016년에 68원까지 올랐다.

심지어 재생에너지는 '한계비용 제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 발전설비를 설치해 놓으면 수십 년간 바람과 태양이 에너지를 충분히 공짜로 제공해준다는 얘기다. 우리는 좋은 시기에 에너지전환을 시작하는 거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의 모습. 사실상 공사가 중단돼 타워크레인들이 멈춰서 있다.

◇에너지 전환하면 수십만 원 전기요금 폭등?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에너지효율과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시대적 대세다. 지금 당장 변화에는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요즘 언론에서 소란스러운 전기요금 인상 주장은 정도가 심하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산업통상자원위·인천 부평구 갑)은지난달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전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측에 전기요금 영향을 검토하게 한 결과, 지난해 전기요금보다 가구당 31만 4000원을 더 부담할 것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한전이 제공한 자료를 잘못 이해한 오류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산업통상자원위·부산 남구 을)이 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영향 내역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유섭 의원실에서 2030년 전력구입비가 2016년 대비 31조1000억가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전력구입비 변동 단가를 한전에 산정하여 달라고 요구해서 계산해줬더니 그걸 계약 호당 연간 31만 4000원이 인상된다고 다시 계산해서 주장한 것이다.

정부가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속속 발표해 태양열, 조력,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태양광발전설비 업체가 베란다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이때 전력구입비가 2030년에 31조1000억가량 늘어난다는 근거가 문제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일 때 재생에너지 비용은 현재의 kWh당 170원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만약에 현재 단가를 적용한 것이라면 이 예상치는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31만 4000원은 대규모 기업과 마트 등에 적용되는 산업용, 일반용을 포함한 금액이므로 '가구당'이 아니라 '계약 호당' 31만 4000원이다. 가정용은 1계약 호가 고압아파트는 1000가구에 해당한다. 이런 오류를 각 언론사는 계속 복사 기사 형태로 재생산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원전과 석탄발전이 줄고 고비용의 LNG와 신재생발전이 증가하면서 발전비용이 7차 계획의 2029년 대비 약 20%(약 11조 원)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주헌 원장은 '저탄소 경제 전환기의 신정부의 에너지자원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이를 주장하면서 '원전, 석탄 축소 시나리오'의 파급영향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 역시 기존 원전, 석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먼저 '틀린' 예측이라고 평가받는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상 전력수요 전망을 전제했다. 2029년 목표 전력수요량인 65만 6883GWh(기가와트시)은 2015년 2.5%, 2016년 4.1% 전력수요 증가율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 전력수요 증가율은 각각 1.3%, 2.8%로 낮아졌다. 앞으로 증가율은 정부 예상대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이보다도 더 많은 값으로 발전량 71만 5643GWh를 사용했다.

무엇보다도 급격하게 떨어지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반영하지 않고 2016년 재생에너지 단가를 2029년까지 같게 적용했다. 원전과 석탄에는 추가 환경비용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원전과 석탄을 옹호하고 재생에너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보고서를 이런 시기에 왜 냈을까 의심스럽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싼 전기요금을 담당하던 원전을 없애겠다고 하니 40년간 지속적으로 들어온 '원전 없으면 전기 어떻게 쓰나, 촛불 켜고 살라는 얘기냐'는 협박으로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우리와 같이 30% 원전 전기를 쓰던 독일은 15년 사이에 재생에너지 전기가 30%가 되었고 원전 전기는 13%로 떨어졌다.

비용은 곧 투자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독일 사회가 한 해에 투자하는 비용이 2011년 기준으로 30조가 넘는다. 우리가 내는 비용은 청년들의 질 좋은 일자리로 가구 수입으로 깨끗한 공기로 되돌아온다. 100만 원짜리 공기청정기 사는 것보다 매월 몇천 원 전기요금을 더 내는 게 나은 선택이 아닐까.

/오마이뉴스(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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