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섭 함안군수 부인과 비서실장이 승진 대상 공무원에게 승진 뒷돈을 받으려고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선거 빚 압박에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이유인데 빚 독촉을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아예 승진대상자로부터 돈을 받겠다며 인사권을 넘기라고 군수를 협박하기까지 했다 한다. 세간에는 오래전부터 지자체 인사와 관련한 소문이 무성했다. 과장 진급에 최소 현금 몇장, 국장 진급에 몇장이라는 소문들이 실제로 드러난 것일 수도 있어 지자체 행정에 대한 불신과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경남 도내에서는 기초자치단체들의 낯부끄러운 행태들이 끊임없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함안군수 관련 사건은 그 모든 행태의 막장 드라마처럼 보인다. 차 군수의 5차 공판에서는 승진 대상자들로부터 돈을 받으려고 군수 부인과 비서실장이 통화한 내역이 공개됐고, 군수 뇌물사건이 터진 이후 이를 무마하려고 군수가 함안상의 회장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돈을 빌린 것으로 하자며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애초에 돈으로 당선하려 한 것부터 시작해서 벼슬장사를 시도하고 입을 맞추려 한 행태는 해당 지자체 주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공직사회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다.

공무원들에게 소위 과장 진급은 필생의 여망이다. 지역민들은 그런 공무원들의 긍지와 노력을 높이 사기 때문에 그만한 대접도 따랐다. 높은 자리에 오른 모든 공무원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더럽히고 작은 구멍 하나가 큰 둑을 무너뜨린다. 이번 사건은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여론은 이미 싸늘해졌다. 모든 시·군 단위 고위직 공무원들이 지자체장의 돈장사와 관련 있는 것처럼 비치면 기초행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차 군수의 뇌물 사건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진주민란을 시작으로 한 구한말 조선왕조 민란과 매관매직으로 벼슬을 산 수령들의 가렴주구는 결국 조선왕조를 패망으로 이끌었다. 현대판 매관매직에 대해 시민사회는 여전히 뜬소문이기를 바란다. 돈으로 벼슬을 주고 사는 일만은 없어야 하며 이번 사건이 경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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