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가 학교 무상급식을 대하는 입장이 왜 그렇게 확 달라졌는지 알 듯하면서도 종잡을 수 없다. 옛 새누리당 의원이 절대다수였던 도의회는 어느 날 갑자기 꺼내 든 홍준표 전 지사의 예산지원 중단 선언에 전적으로 동조하면서 거수기 역할을 자임하는 바람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학교에서 급식 지원이 끊기는 불상사를 가져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급식 복원은 물론이고 한발 더 나아가 중학교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학부모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처지가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의문이 뒤따른다. 권력으로부터 멀어지니까 비로소 소외계층의 사정을 돌아볼 수 있는 겸허함이 우러나온 것일까 하고 말이다.

도의회가 그나마 무상급식과 관련한 자신들의 판단이 주민이익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깨달아 늦게라도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노력은 가상하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신뢰 회복에 급급한 나머지 주도권을 쥐겠다는 공명심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무상급식을 원상회복하려면 도와 시·군이 배정된 예산을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도교육청은 그러한 선결과제가 해결된 후 수혜 폭을 확정 지을 수 있다. 의회는 그 과정에서 갈등을 풀고 화의를 매개하는 중간조정자로서 제한적 역할분담에 이바지할 수 있을 뿐이다. 시행착오를 바로잡는다는 대전제하에 의회가 여론수렴의 진가를 발휘한다면 도내 학부모와 미래세대는 잃어버린 3년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의회가 아무런 설명 없이 입장 변화에 따른 도민 호응을 기대한다면 진정성을 의심받기 딱 좋다. 떨어진 지지세와 멀어진 민심을 만회하고자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부터 먼저 하고 그다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도의회는 먼저 의원들 모두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내적 합의를 이끌어낸 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왜 그런 결정이 민의와는 거꾸로 간 것인지를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당위성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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