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찾은 부인 김정숙 씨가 첫 일정으로 윤이상 묘소에 통영 토종 동백나무를 가져와 심은 것은, 윤이상을 기리는 사람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다. 생전에 사무치게 고향 통영을 그리워했던 윤이상의 한이 조금이나마 달래지기를 바라거니와 이 일이 윤이상을 기리는 후속 작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아시다시피, 윤이상은 고국을 떠난 뒤로 생전에 고향 땅을 한 번도 밟지 못하고 별세했다. 고향에서 공수해 온 대나무를 키우며 각별히 보살폈다는 일화 등 그의 절절한 고향 생각을 전해주는 일화들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생전에 윤이상은 음악계의 세계적인 거장으로서 독일에서 각별한 영예를 누렸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고향에 있었다. 그런데도 군사정권이 그의 해외 민주화 운동을 이유로 매도한 간첩이나 친북 인사 딱지는 그의 생전뿐 아니라 사후에도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민주화 이후 윤이상국제음악제 개최 등으로 음악적으로나마 복권이 행해졌지만, 보수 정권이 재집권한 이후로 다시 근거없는 종북 혐의가 가해졌고 '윤이상 지우기' 작업이 행해졌다.

정부는 윤이상에게 간첩 혐의를 씌웠거나 반성문 제출을 조건으로 귀국행을 막거나 종북 논란을 사주한 것으로 의심되는 등 과거 정부의 과오를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유족을 위로해야 한다. 윤이상 지우기의 근거가 됐던, 남한 출신 탈북자 오길남이 과거 자신의 방북을 윤이상이 주선했다는 일방적 주장도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윤이상 이름이 빠진 통영국제음악제와 도천테마공원도 제 이름을 돌려줘야 한다. 윤이상 생가 터를 없애고 도로를 놓으려고 몇 년 동안 집요하게 시도했던 통영시도 윤이상 지우기에 가세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음악의 도시로서 통영이 윤이상의 '개인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에도 그의 이름이 지워지는 것에 편승하거나 방관했던 지역 예술계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올해는 윤이상 탄생 100년이다. 윤이상 묘소의 동백 묘목 식재가 하나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조국의 민주화에 헌신한 위대한 예술가가 정치와 예술 모두에서 복권되는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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