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중앙시장에 들어선 청춘다락을 취재하면서 전통시장의 미래를 상상해봤다. 오래전부터 한 곳을 지켜온 어르신과 호방한 젊은이가 만나 시너지를 내는 곳. 요리를 하는 청년사업가들은 시장에서 재료를 사고 상인들은 청춘다락에서 점심을 먹는 보통의 날. 2층 한편에 들어온 새로운 공간 청춘다락은 기존의 것까지 새롭게 보이게 했다.

얼마 전 문화공간을 들여다보고자 김해 회현동을 들렀다. 오래된 골목에 톡톡 튀는 밥집, 카페가 들어서 예쁘게 차려입은 관광객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동네였다. 허름한 집에서 반주로 낮술을 즐기는 할아버지와 생계를 위해 손수레를 끄는 할머니들이 여전히 일상을 지켜내는 곳. 대나무를 꽂은 보살집이 즐비한 거리. 이들의 조화가 '뜨는 봉리단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누군가의 인생이 켜켜이 쌓였던 낮은 집과 한때 잘나갔던 아파트들이 하루아침에 폐기물이 되어버리는 도시 재개발을 보노라면 오랜 시간을 거쳐 빛을 발하는 도시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이 우리가 견디지 못한 인내심 탓에 사라졌다는 단상을 자주 한다. 고층 아파트들은 도시를 바꿔놓고 있다.

그래서 공간에 집착하고 주목하는 것인지 모른다. 한 달에 한 번 '수상한(?) 문화부 기자들이 만든 소소한 동네 문화지도(수소문)'를 보여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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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담아내는 이야기는 재개발 아파트처럼 다 허물어버리고 새로 지어서 나오는 게 아닐 것이다. 공간과 함께 시간이 흘러야 우리 냄새가 배어 나올 것이다.

곧 수소문 세 번째 편(김해 회현동)이 지면에 소개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동네와 골목을 만날지 설렌다. 콧구멍이 벌렁댈 그곳이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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