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과 실행은 못해
빚 독촉 부동산 개발업자 "인사권 넘겨라" 협박도
"선거 당시 10~20억 지출해" 증언도

차정섭(66) 함안군수 부인과 비서실장이 선거 빚 압박에 승진 대상 공무원에게 '승진 뒷돈'을 받는 방안까지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빚 독촉을 하던 부동산 개발업자는 승진 대상자에게 돈을 받겠다며 '인사권을 넘겨라'며 차 군수를 협박했다.

이는 창원지법에서 지난 7일 열린 차 군수 5차 공판에서 확인된 것이다. 앞서 지난달 재판에서는 차 군수가 뇌물사건이 터지자 이현석 함안상의 회장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돈을 빌린 것으로 하자며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5차 공판에서 차 군수의 부인과 이번 사건에 깊이 관여한 우모(45) 비서실장 간 휴대전화 통화 녹음을 법정에서 틀었다. 통화 시점은 차 군수가 이 회장에게 '1억 원을 구해달라고 했다'고 언급된 것에 비춰보면 올해 2월 이전으로 추정된다.

검사는 "차 군수의 부인이 '승진 대상자에게 협조해 달라고 하자. 빌려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협조 요청하면 돈이 나올 것이라는 취지인가"라고 물었다. 우 씨는 한숨을 쉬며 "발단 자체가 돈 문제였으니까. 그 취지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통화 내용에는 차 군수 부인과 비서실장이 승진 대상자 2명의 근무평정 문제를 거론하며, 군수 부인이 승진 대상자 부인에게 전화해 '5000만 원 협조'를 요구하자는 취지의 대화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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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두하는 차정섭 함안군수./경남도민일보DB

검사는 이어 "누굴 승진시킬지 군수 부인과 대화한 이유"를 따졌고, 우 씨는 "'돈을 융통해서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다 급한 마음에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 정도로 절박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우 씨는 이 같은 계획을 차 군수에게도 보고했다고 답했지만, 실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7월 승진인사를 위한 근무평정은 4월에 진행되는데 3월에 뇌물사건이 터졌다. 검사는 "수사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부끄럽지 않으나"고 묻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는 차 군수는 피고인석에, 차 군수 부인은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우 씨는 통화를 녹음한 이유에 대해 "비서실장이 독단적으로 했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녹음했다. 개인 용도로 썼다는 오해가 생기면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차원에서 남겨놓은 보루"라며 한숨지었다.

특히 부동산 개발업자가 선거 빚을 대신 갚아주고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차 군수에게 '인사권을 내놓으라'고 협박한 것도 확인됐다. 차 군수 변호인이 "ㄱ 씨와 ㄴ 씨가 공무원 승진 대상자 인사권을 넘기라고 했다는데"라고 묻자 우 씨는 "승진 대상자에게 (대신)돈 받겠고 협박했다는 그런 이야기 들었다"고 말했다. ㄱ 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차 군수는 2014년 지방선거 때 법정선거비용(1억 2300만 원)을 초과해 돈을 끌어다 쓰고, 선거 빚 압박에 '돌려막기'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선거 때 홍보실장을 했던 우 씨는 '비공식 선거자금 규모'에 대해 "듣기로는 10억~20억 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가 사용처에 대해서 묻자 "사람 동원, 마을 책임자 등에 쓰였다. 책임자에게 봉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28일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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