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소장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북 콘서트 열려
국내 스토리텔링, 도시재생 사업 문제점 짚어

“만약 마산에 부산갈매기, 목포의 눈물, 대전블루스 같이 마산 사람 누구나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었다면, 과연 마산이 창원에 흡수 통합되었을까요? 아마 시민들이 끝까지 저항했을 겁니다. 노래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도구죠. 저는 그게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이라고 봅니다.”

책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으로 화제를 낳은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이 신간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김태훈 지음, 도서출판 피플파워)을 가지고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마산을 찾았다. 지난 6일 저녁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도시재생어울림센터에서 열린 이날 북토크쇼에는 50여 명의 시민이 함께 했다. 이날 행사는 저자인 김태훈 소장과 도시문제전문가인 허정도 박사가 대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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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북 콘서트 모습./이종현 기자

먼저 김 소장은 왜 도시스토리텔링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도시가 잘 될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도시도 어려움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 도시를 결속시켜주고 잡아 주는 것이 없으면 힘들 수 있습니다. 미국 디트로이트를 보면 자동차 산업이 붕괴되면서 도시가 함께 붕괴됐습니다.”

김 소장은 창원시를 예를 들며 도시스토리텔링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창원이라는 좁은 공간에 10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시민이 ‘왜 내가 여기에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옛 마산이나 창원은 모두 일자리 때문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도시죠. 이런 곳에서 문화원형 발굴사업으로 수백 년 전 ‘성신대제’로 스토리텔링을 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주민 입장에서는 전혀 와 닿지 않고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들리는 거죠. 창원시청 옆에 있는 최윤덕 장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소장은 “한일합섬이나 수출자유지역에서 일했던 분을 발굴하거나 혹은 가상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이 지역에서 살았고 지켜온 캐릭터를 스토리텔링으로 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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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북 콘서트 장면. 왼쪽이 김태훈 소장, 오른쪽이 허정도 박사./이종현 기자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도시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할까?

“아일랜드 더블린에 가면 몰리 말론이라는 사람에 대한 동상이 있습니다. 사실 실존인물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낮에는 생선과 조개를 팔고, 밤에는 몸을 팔다가 어린 나이에 죽었죠. 당시 영국의 착취를 당하던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사람인 겁니다. 이 몰리 말론에 대한 노래가 3절까지 있는데 이것이 나중에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이는 아일랜드 공화국군의 군가가 됐고, 스포츠 팀의 응원가가 됐습니다. 지금도 누군가 이 노래를 부르면 주변에서 모두 따라 부릅니다. 스토리텔링을 하면 우리나라 지자체는 ‘이름 있는 명망가’를 내세우려 하지만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오는 평범한 사람을 내세워서 성공한 사례입니다.”

스페인 부뇰 토마토 축제도 예를 들었다.

“부뉼 토마토 축제는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꼽히죠. 그럼에도 부뇰엔 그럴 듯한 호텔 하나 없고, 상업시설도 동네가게가 전부입니다. 돈을 쓸 곳이 없죠. 심지어 부뇰은 토마토가 생산되는 곳도 아닙니다. 하지만 1년 중 딱 하루, 딱 2시간 축제를 하고 나면 모든 시민이 나와 젊은이들을 씻겨 줍니다. 부뇰도 나이 많은 주민이 다수인데, 젊은이들이 희열을 느끼는 모습에서 행복해 하고 자존심과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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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북 콘서트 장면. 왼쪽이 김태훈 소장, 오른쪽이 허정도 박사./이종현 기자

김 소장은 경남 지역 사례를 들며 현재 이뤄지는 도시스토리텔링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011년 창동오동동 도심재생 사업 예산 150억 가운데 1억을 가지고 스토리텔링 사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업은 정책 목표가 상권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죠. 그래서 상인회가 정책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곳은 문화적인 공간입니다. 저처럼 여기서 영화도 보고 연애도 한 사람들이 마산 뿐 아니라 함안이나 밀양 같은 곳에도 계십니다. 이 기억을 가지신 분들을 오게 하려면 시민들까지 넓게 정책파트너를 받아들여서 토론을 길게 했어야 합니다.”

그는 진주남강유등축제도 예를 들었다.

“남강유등축제는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고 싶어 하는 축제였는데, 유료화와 가림막으로 돈을 낸 사람과 안 낸 사람을 갈라 버렸죠. 도시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결속시키는 역할인데, 돈으로 바라보면서 시민을 갈라 버리는 천박한 행정을 했던 거죠.”

대담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 10대 공약 중 하나인 도시재생공약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동안 150여개 도시에 50조 원을 들이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과연 제대로된 도시재생이 진행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김 소장은 “중앙정부 사무관이나 국장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 도시에서 주체적으로 집행하고 시행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강력한 지방분권책이 필요한데, 대통령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강조했기 때문에 지역에 자율성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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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북 콘서트 장면. 왼쪽이 김태훈 소장, 오른쪽이 허정도 박사./이종현 기자

이에 허정도 박사가 “과거 마산 도시재생 사업을 할 때 창동이라는 지명도 모르는 충북 모 대학이 중앙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사업을 수행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소장은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도청 복원을 약속하면서 ‘광주시와 상의해서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지역의 입장과 정서를 살펴서 한다는 뜻이다.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끝으로 김 소장은 “대전 성심당은 대전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지역을 정말 사랑해주는 업체다. 그게 느껴지니 시민들도 아껴주는 거다. 경남에도 지역을 사랑하는 활동가들이 많은데 예를 들면 내서주민회 같은 분들이다. 이런 활동가들과 지역민이 연결되면서 도시가 훨씬 애착이 가고 자랑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도시스토리텔링은 관광객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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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을 위한 도시 스토리텔링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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