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0여 분간 폭우였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의 폭우가 아까운 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번 사고는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장마철인데다 기습폭우가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최근의 기상으로 볼 때 미리 대비하지 않고 무리한 공사를 진행해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사고는 예고가 없다는 말은 그만큼 늘 대비하고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양덕천 사고는 안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 당일 일기예보에 비가 오지 않는 것으로 돼 있었고 공사기간이 15일까지로 촉박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장마철 언제든지 폭우가 내릴 수 있는 위험한 하천에서의 작업 여건을 고려한 최소한 안전장치도 없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양덕천은 경사가 급한 하천이다. 거기다 자연하천처럼 유속을 줄일 수 있는 자연물이 없는 복개 구간으로 전체가 콘크리트이면 약간의 빗물 유입으로도 급격한 유속 증가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상 탈출구 확보와 비상시 생명줄이 될 수 있는 고정된 밧줄 설치 등으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나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공사기간에 장마철이 포함돼 있고 작업 구간이 도심이고 관할 구청 등이 가까이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안전불감증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자연흡수가 불가능한 도시 구조와 도시하천의 특성을 공사 담당자들이 모르고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기습폭우로 말미암은 도시 피해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30여 분 동안 폭우가 있었으므로 기습폭우에 대한 경각심만 있었어도 작업자들을 철수시킬 시간은 있었다.

자연재해이든 인재이든 아까운 인명과 재산 손실을 주기 때문에 안전조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마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 주변에는 국도 공사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사가 즐비하다. 재해대비 안전점검에 문제는 없는지, 재난 대비 시스템은 잘 갖추어져 있는지, 현장에서 매뉴얼대로 하고 있는지 철저히 파악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제2, 제3의 양덕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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