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여성가족정책관실을 폐지하고 과가 되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경남도 설명 들어보니까 별로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1년 정도 여성 분야를 담당했는데 돌이켜보니까 여성 문제로 기획 기사를 하나도 안 썼더라고요. 제가 잘 모르니까."

얼마 전 각기 다른 남성 기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기자로서 한 명은 문제를 모르고, 한 명은 문제를 몰라서 직무유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문제를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경찰 출입 기자가 법을 모르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형사소송법을 공부하지 않으면 자세가 안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성 문제를 담당하면서 여성주의를 모르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나? 여성주의를 공부하지 않으면 자세가 안 됐다는 소리를 듣나?

저들이 자책도, 부끄러움도 없이 저 말을 할 수 있었던 게 그 답이다. 남성은 '여성 문제를 모를 수도 있다'는 합의, 그러니까 '여성 문제는 여성이'라는 결론. 기자에 국한했으나 우리가 여성주의를 더 알아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다음은 여성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인 정희진이 펴낸 <낯선 시선>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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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이제, 다르게 생각하기가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지식 정보화 사회의 '진정한' 의미는, 언어/사유의 힘이 중대해졌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자기 언어를 갖지 않으면 존재 양식을 잃는 시대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돈이나 물리력이 없다. 절대 다수인 사회적 약자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은 윤리와 언어뿐이다. 그리고 남녀를 불문하고 여성주의는 이 과정에 '지름길'이 될 것이다. (중략) 단언컨대, 여성주의를 모르고 앎을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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