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지사지(1)

딸이 유치원 다닐 때부터 주목하는 능력이 있어.

공감 그리고 입장 바꿔 생각하는 능력.

'역지사지력'이라고 할까?

 

언젠가 한 친구가 딸에게 키가 작다고 놀렸다더군.

"나는 원래 작아"라고 대응했다기에 조금 놀랐어.

그 정도 상황이면 십중팔구 울거든.

어쨌든 소심한 아빠는 또 복수를 구상하게 돼.

 

"걔는 키가 크니? 잘생겼니? 놀릴 것 없어?

너도 약점 잡아서 놀리지."

 

7살 꼬맹이는 아빠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이렇게 말했어.

 

"안 돼. 그 친구도 자기가 놀림을 당했다면 그렇게 못 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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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지사지(2)

 

7살 꼬맹이가 11살 어린이가 되면서

'역지사지력'이 감소하지 않는 것은

아빠로서 큰 보람이야.

물론 그런 성격 탓에 뭔가 혼자 떠안는 느낌을 받으면

섭섭할 때도 있지만….

 

하루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카드놀이에 끼워주지 않았다네.

숫자가 많아지면 재미가 없다나 뭐라나.

혼자 된 것 같아 슬펐다는 말에 마음이 아렸어.

 

"복수해. 다음에 예지도 친구가 끼워달라면 싫다고 하면 되겠네."

 

딸 달랜답시고 고작 아빠가 던진 멘트야.

한심하다는 거 인정해.

이런 지점에서 딸이 아빠 닮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

 

"안 돼. 혼자인 것 같은 기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어."

 

딸이 '역지사지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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