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범죄자 가득한 시한폭탄 사회
경쟁 낙오자 일으켜 세워야 건강사회

지난 한 주는 정말 우울하고 화가 나는 주였습니다. 6월 24일 밤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여성이 납치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납치된 여성 안전을 고려해 어느 매체도 보도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7일 아침 피해 여성이 살해됐으며 공범 중 1명이 검거됐다는 보고를 받고는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안 좋은 일은 잇따라 온다 했던가요. 그날 경남에서만 4건이나 살인 또는 살인 의심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양산에서는 26일 함께 살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밥값을 내라는 말에 살해하고 도주했던 러시아인이 그날 오전 붙잡혔습니다. 진주에서는 한 농민이 열풍기 값을 갚지 못하고 있다가 강제집행하러 온 집행관과 납품업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업자가 숨졌습니다. 양산에서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보이는 영아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또 부산 북부경찰서는 지난 2009년 어머니를, 2011년에는 동거녀를 마산에서 살해한 피의자를 검거했습니다.

사람 목숨을 이렇게 가벼이 여기나 싶어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비명에 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로부터 1주일. 다행히 영아 시신 유기 말고는 모두 범인이 붙잡혔습니다. 지은 죗값을 받아내는 일은 사법부가 할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유족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한편으로는 차분하게 살펴보고 대책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사실 흉악범죄 대부분은 사정을 알고 보면 안타까운 사연 한둘쯤은 갖고 있습니다. 그들을 두둔하거나 옹호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따져보고 대책을 세우는 게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봅니다.

양산 밧줄 절단 살인사건 피의자는 일용노동자로, 새벽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일감을 찾지 못하자 술을 마시고 홧김에 일을 저질렀습니다. 진주 농민은 태풍으로 한해 농사를 망쳤는데 빚 독촉에 시달리다 보니 역시 홧김에 살인까지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모친과 동거녀를 살해한 사람도 산재로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골프연습장 납치·살해를 했던 심천우·강정임도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손쉽게 강도로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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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딱하다고 모두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런 사정이 죗값을 줄여주는 데 쓰여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사회학자나 정치권에서는 이런 사정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어쩔 수 없습니다. 경쟁에는 낙오자가 생길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가 재생 가능하고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낙오자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배려해야 합니다. 잠재적 범죄자를 무수히 안고 가는 시한폭탄 사회에서는 행복하게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골프연습장 납치·살해사건 공범 중 한 명은 배우였습니다. 고용정보원이 밝힌 2015년 한국 직업 정보에 따르면 연극·뮤지컬 배우 연봉은 98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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