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우파 재건' 우선과제
친박청산·인물 영입 관건
정부에 이념공세 커질 듯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새 대표로 선출됐다.

이변은 없었다. 홍 전 지사는 3일 전당대회에서 발표된 현장투표 및 여론조사 합산 결과 65.7%(5만 1891표)를 얻어 경쟁자인 원유철(22.9%·1만 8125표)·신상진(11.2%·8914표) 의원을 압도적 격차로 따돌리고 무난히 승리했다.

홍 신임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당 대표를 맡기에 앞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받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인식하듯 한국당의 상태는 지금 말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나라를 망친 공범이자 구악을 상징하는 '적폐'로 전락했다.

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가 나름 지지층을 결집하며 회생 기미가 보이기도 했으나 대선 후 다시 '말짱 도루묵'인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진행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창당 후 최저치인 7%를 기록했다. 바른정당(9%)보다 못하고 정의당(7%)과 같은 성적이다.

지난 6월 중순부터 보름 넘게 이어온 당 지도부 선거와 새 정부 내각 인사·추가경정 예산안 등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국민적 관심 또는 지지로부터 멀어져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수치였다.

홍준표 대표는 예의 '보수우파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홍 대표는 "보수는 안일했고 나태했다. 영원히 집권할 것처럼 오만했고 변화를 보지 못하고 민심을 읽지 못했다"며 "저에 대한 기대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보수우파 재건을 바라는 절실한 열망이자 준엄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그 '재건'의 성패를 가르는 1차 분수령은 홍 대표 스스로 공언한 '친박 청산'과 '새 인물 영입'이 될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국정 파탄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한국당이 살아날 길이 없다. 그러지 않고 내년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이 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홍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서청원·최경환·윤상현 등 친박 핵심의 징계 해제를 주도했다. "친박·비박 모두가 하나되어야 한다"는 명분이었는데 이제 와 또 어떻게 청산한다는 것인지 방향이나 수단이 확실치 않다. 당권 배제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강제로' 은퇴시키거나 당 밖으로 몰아낼 방법은 사실상 없다.

'홍준표 체제' 한국당 행보와 관련해 초미의 관심은 역시 문재인 정부와 관계 설정이다. 대선에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사례까지 끌어들이며 문재인 대통령에 맹공을 퍼부었던 그 기조 그대로라면 대치 정국은 지금보다 더 심화할 공산이 일단 크다.

이미 홍 대표는 정부 4대강 정책과 검찰 개혁, 문 대통령 아들 취업특혜 의혹 등을 쉴 새 없이 공격하고 있다.

홍 대표가 최근 특히 주력하는 '아이템'은 이념 공세다.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당 대표 선거 방송토론회에서 "인사청문회 갖고 마치 우리 당이 시비 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례적인(?) 언급을 하면서도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정책의 문제다. 그들이 펼치는 정책이 자유 대한민국 가치, 자유주의적 시장주의 가치에 어긋날 때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즉 소소한 도덕적 시비나 딴죽보다는 이념적·정책적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운동권'으로 규정하는 홍 대표의 거듭된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홍 대표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자는 주장을 하면 극우로 몰고, 친북 화해를 주장하면 좋은 진보로 포장되는 이 나라의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다"며 "어차피 이 정부는 주사파·운동권 정권이라 국민이 이를 인식하면 오래 못 간다. 우리가 제대로 투쟁하면 연말을 지나며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물론 홍 대표의 이런 '과거지향적' 전략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홍 전 지사가 또다시 주사파 소동을 벌인다. 1991년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이 쓰던 수법이다. 90년대 이후 보수가 박제화됐다는 말"이라며 "한물간 빨갱이 장사를 계속하면 보수는 폭망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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