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도주계획으로 경찰 포위망 뚫어
경찰, 함안 일대 연인원 1만 명 동원 '헛 힘'

창원 한 골프연습장 납치·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2명이 공개수배 엿새 만에 서울에서 붙잡혔다. 도주자 심천우(31)·강정임(여·36)은 3일 오전 10시 10분 서울시 중랑구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경찰이 지난 25일 실종 신고 접수와 함께 정식수사를 한 지 9일 만에 3명을 모두 검거한 것이다. 40대 여성 납치 사건은 지난달 24일 오후 창원 한 골프연습장에서 발생했다.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이동경로, 검거 장소를 보면 이들이 치밀한 도주계획을 미리 짰고, 경찰의 포위망도 뚫고 서울까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납치 당일 고성 한 폐주유소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진주로 이동하면서 진양호에서 시신을 유기했고, 이튿날 광주광역시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2곳에서 피해자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현금 410만 원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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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한 골프연습장 납치 살해범 도주 경로./연합뉴스

이들은 범행에 사용한 스포티지에 가짜 번호판을 달고 다니다 꼬리를 잡혔다. 경찰은 햇빛 가리개가 같은데 다른 번호판을 단 것을 포착했다. 차량을 추적한 경찰은 지난 26일 남해고속도로 군북나들목을 통해 함안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검거 작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가야읍 한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버리고 검암산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이 일대를 수색해 27일 오전 1시 30분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숨이었던 심천우의 육촌동생(29)을 붙잡았다. 그러나 심천우와 강정임은 놓쳤다.

경남경찰청 오동욱 강력계장은 "차량에 누가 탔는지 확인 안 된 상황이었고, 피해자 신병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어서 야간에 무리한 작전을 못했다"고 해명했었다.

경찰은 28일 헬기와 대대적인 인원을 투입해 산과 인근 주택가를 수색했다. 이와 함께 신고포상금과 함께 도주자 두사람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수배했다. 그러나 이들의 꼬리를 잡지 못했다. 경찰 수색·탐문도 인근 진주, 마산으로 확대하며, 거주했던 지역과 주변 인물을 대상으로 수사도 진행했다.

그래도 흔적을 찾지 못하자 경찰은 이들이 지난 26일 순천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PC방에 들렀다 CCTV에 찍힌 영상과 얼굴을 다시 공개했다. 이는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추가한 것이다. 경찰은 주말 사이에 두 사람의 뚜렷한 은신처나 도주 경로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도주자들은 3일 서울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지난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엿새 동안 함안을 비롯한 인근지역에 연인원 1만 명을 수색에 투입했는데 엉뚱한 서울의 한 모텔에서 도주자들이 검거된 것이다.

이들은 지난 28일 오후 3시에 서울 한 모텔에 투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이 27일이나 28일 이미 경찰 수색을 뚫고 함안을 빠져나가 서울까지 이동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오 계장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것을 대비해 전국 공조를 위해 공개수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경찰청에 요청해 오늘(3일) 전국적으로 일제검문 검색도 할 계획이었다"며 "도주자가 언론 등을 통해 수사상황을 보고 있다고 보고, 함안 등 일대 수색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두 사람이 3일 오전 모텔에서 붙잡히기 직전 경남에서는 경찰이 거제에서 도주자 아이디로 인터넷에 접속한 것으로 포착해 출동하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이 도주자의 아이디를 검색해 접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명이 검암산을 넘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27일 '산 중턱에서 남녀가 내려가는 것을 봤다', '함안에서 마산 쪽으로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남녀를 봤다'는 신고를 받고 함안버스터미널, 함안역, 내서시외버터미널, 마산역과 창원역 등의 CCTV를 확인했지만 포착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붙잡힌 두 사람이 입은 옷 등 행색은 산을 헤맸다는 흔적은 없었다. 심천우는 26일 순천에서 찍힌 뿔테 안경이 아니라 금속 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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