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깝네요. 아파트 도색 작업 중 밧줄 절단으로 숨진 40세 노동자에겐 아내와 어린 자녀 5명이 있다고 하네요. 내용을 보니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41세 일용노동자도 안타깝긴 마찬가지… ㅠㅠ"

위의 글은 지난 6월 13일 제가 '국민 경악에 빠트린 양산 아파트 옥상 밧줄 절단 사건'이라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달린 댓글 중에는 "범인이 왜 안타깝느냐"고 따지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제가 안타깝게 여긴 것은 이 사건이 단순히 인성 나쁜 한 개인의 악질적인 범죄라기보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불평등 구조가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범인은 그날 새벽 인력시장에 나갔으나 일감을 구하지 못하자 되돌아와 아침부터 소주를 마셨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는 이미 2012년 법무부 치료감호소에서 조울증 판정을 받아 정신과적 전문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이 이번 사건의 범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을 거라고 봅니다. 불평등과 절대빈곤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를 치유하지 못하면 이런 사람, 이런 사건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임금근로자 일자리별 소득(보수) 분포'에 따르면 1500만 명의 딱 중간에 위치하는 중위소득은 241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체 소득을 노동자 숫자로 나눈 평균소득은 329만 원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수 고소득층과 다수 저소득층과의 격차가 크다는 말인데요.

소득구간별로 보더라도 150만 원 이상 250만 원 미만이 28.4%로 가장 많았고, 85만 원 이상 150만 원 미만(19.4%)이 그다음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3.4%는 통상 저소득층으로 분류하는 중위소득 50% 미만으로 월평균 120만5000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200만 명에 가까운 숫자가 그 정도 월급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이 통계에는 위 사건의 범인과 같은 일용노동자나 특수형태종사자,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도 가입되지 못한 취약노동자들이 아예 빠져 있습니다.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최저임금이나 그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야 하는 국민의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입니다.

이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기본적인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이 수백만에 이르는 사회에서 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 환자에 의한 사건 사고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저를 우울하게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불평등 해소를 국정 주요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6월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합니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 포용하는 민주주의로 가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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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천민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입니다. 저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피플파워와 경남도민일보도 그런 기조로 가겠습니다. 밧줄 절단 사망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그리고 진짜 이런 세상을 위해!

"누구나 성실하게 8시간 일하면 먹고사는 것 걱정 없어야 합니다." by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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