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김해박물관 특별전 '나무이야기']
나무 58종 사계절 모습 찍어 사진전
강판권 교수 인문학 관점 도록 저술
김해·창원 등 출토 목재 유물 첫 공개

국립김해박물관(관장 임학종)이 '나무이야기'로 새로운 전시를 시작했다. 문화재가 아닌 '나무'로 꾸민 특별전이다. 숲과 구지봉을 끼고 있는 국립김해박물관은 여름날 더없이 푸르다. 박물관을 에워싸는 나무 58종이 주인공이다.

◇"나무를 인문학적으로 탐구해보자"

지난달 26일 오후 4시 국립김해박물관 3층에서 열린 '나무이야기' 여는 행사. 임학종 관장은 이번 전시를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박물관 뒤편 구지봉 동산에 학생 수천 명이 옵니다. 구지봉은 가야의 시조 수로가 탄강한 곳이죠. 어느 날 학생 둘이 나무 이름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걸 보게 됐어요.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잎 모양, 열매가 아니라 나무를 이해하는 무언가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적은 이름표를 달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진을 찍고 책까지 내어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이렇게 시작된 작업은 특별전 '나무이야기'와 도록 <나무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책은 나무를 인문학적으로 탐구해온 강판권(계명대 사학과) 교수가 저술했다.

지난달 26일 김해박물관 특별전 '나무이야기' 여는 행사날 윤용희 학예연구사가 관람객에게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당신은 '생태맹'인가요?

국립김해박물관 숲과 구지봉에 자라는 나무는 58종이다. 박물관은 나무 이름의 유래와 역사, 설화 등을 정리해 만든 나무 이름표 100여 개를 산책로 주변에 설치했다.

지난달 26일 여는 행사로 김해를 찾은 강판권 교수는 관람객을 이끌고 구지봉을 올랐다.

강 교수는 진지하게 말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나무가 놀라거든요. 생태맹(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나 감성이 결여된 상태)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나무를 잘 살펴보고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생태사학자로 불린다. 15년 넘게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를 해오며 관련 책을 10여 권 냈다. 이번 <나무이야기>는 은행나무, 개잎갈나무, 곰솔, 능소화 등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나무를 자세히 쓴 백과사전으로 볼 수 있다.

<나무이야기>를 살펴보면 '느릅나무'는 <삼국사기>에 굶주림을 달래주는 식물로 등장한다. 느릅나무의 구황 기능은 고구려의 온달과 평강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눈먼 온달의 노모는 시집오겠다는 평강의 청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한다. "아들은 가난하고 보잘 것 없기에 귀인이 가까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 자식은 굶주림을 참다 못해 느릅나무 껍질을 벗기려고 산 속으로 간 지 오래입니다"라고.

김해박물관 특별전 도록 <나무이야기>를 저술한 강판권 교수가 지난달 26일 관람객에게 나무를 인문학적으로 보자고 말하고 있다. /이미지 기자

또 우리나라 '소나무'의 용도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분야는 조선이었다. 소나무는 조선시대의 판옥선과 거북선 등 병선 제작에 절대적인 나무였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일본의 해군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도 소나무로 만든 배 때문이었다. 가장 오래된 소나무 배는 국립김해박물관이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 패총 유적에서 발굴한 8000년 전 신석기시대 배다.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의 유교문화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나무다. 은행나무를 살구나무와 같은 '행'을 사용하는데, 이유는 공자가 제자를 가르친 '행단' 때문이다.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에 있는 성균관의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유교문화를 상징하는 나무의 기준이다. 천연기념물 제59호다.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 강 교수는 이번 특별전을 박물관을 둘러싼 자연생태와 인문생태의 융합을 통해 사회생태까지 아우르는 기획이라고 평했다. 박물관이 과거의 유물을 보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나무처럼 창조적인 공간임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창원 신방리 저습지유적지에서 출토된 참나무로 만든 썰매. /이미지 기자

◇사진과 나무 문화재도 함께

이번 특별전을 어떻게 관람해야 할까?

박물관 3층 열린전시실에서는 사진전과 목제품 전시를 함께 볼 수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 초여름까지 박물관 숲과 구지봉을 오르내리며 찍은 나무와 숲의 변화를 사진으로 남겼다. 이성현 홍보담당 직원이 직접 찍었다.

창녕 화왕산성에서 출토된 나무부적. /김해박물관

또 박물관 소장 목제품 가운데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30여 점을 따로 모았다. 최근 김해와 창원, 창녕, 함안 등에서 출토된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참나무로 만든 대형 목재운반용 기구 '썰매', 창원 신방리 일대 유적에서 함께 출토되어 제방공사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말뚝', 통일신라 때 창녕 화왕산성의 연못에서 행해진 도교적 주술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 부적'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윤용희 학예연구사는 "나무의 수많은 혜택을 받으며 사는 우리가 현재 나무에 어떤 이야기를 건넬 것인가 고민하면 좋겠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박물관 숲과 구지봉, 열린전시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보자"고 했다.

전시는 9월 24일까지. 월요일 휴관. 문의 055-320-6825. 

숲과 구지봉을 끼고 있는 김해박물관.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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