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위기에 몰렸던 경남도 여성가족정책관이 도의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치며 조례안 수정을 통해 살아남은 것은 환영할 만하다. 지난달 29일 도의회 의결에 따라 여성가족정책관을 폐지하고 보건복지국을 개편한 조직에 통합하려던 경남도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도로서는 무리한 일을 벌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든 꼴이 되었다. 도는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설득력 없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행정력만 낭비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여성가족정책관 제도는 2010년 김두관 전 도지사 재임 당시 도내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 평등 확대를 위해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만들어졌다. 도가 여성가족정책관을 폐지하려면 지난 7년간 경남의 성 평등 지수가 월등히 높아졌고 여성 권리도 진일보했다는 근거를 먼저 내놨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 의뢰로 조사한 '2016년 지역별 성 평등 수준 분석 연구'를 보면 경남도의 성 평등 지수는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10위로 나타났다. 특히 성 평등 의식문화는 중하위권, 사회참여와 보건·안전 분야는 둘 다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더욱이 도지사의 궐위가 빚은 권한대행 체제에서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며, 중앙 정부의 조직 개편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도의 조직 개편은 성급하다는 주장 등 여성계는 물론이고 도내 정치권에서도 여성가족정책관 통폐합을 지지하는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처가 존치되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난 일은 아니다. 도가 여성가족정책관 폐지를 시도한 것은 현재 경남 도정이 성인지적 감수성에 얼마나 무지한지 입증하거니와, 여성가족정책관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애초 도가 여성가족정책관 통폐합 이유로 내세운 것은 한시적인 임시 체제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참에 여성가족정책관의 여성가족정책국 확대·개편 등 여성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또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고 관리직과 상용직 노동자에 여성 비중을 늘리며 사회복지 권리도 개선하는 등 성 평등 강화를 위한 경남도의 과제가 산적하다. 도의회와 시민의 적극적인 감시와 견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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