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고령운전자 사고 급증 속 택시는?
경남 10년새 2.5배 사고 증가
창원 법인택시 35% 60세 이상
국토부, 자격유지심사제 예고

창원지역 택시 기사 3분의 1 이상이 '고령 운전자'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정부는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 업계 일부에서는 반발이 감지된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령 운전자 '나는 괜찮아' = 고령 운전자 사고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운전능력을 과신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60대 이상 운전자 사고는 꾸준히 늘었다. 경남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2007년 전체 교통사고 21만 1622건 중 60대 이상 운전자 사고는 1만 5045건으로 7.1%를 차지했다. 10년이 지난 2016년에는 22만 917건 중 3만 9734건으로 17.9%로 집계됐다. 경남지역 60대 이상 운전자 사고는 2007년 937건에서 2016년 2395건으로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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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늘어선 택시들./경남도민일보DB

이처럼 고령 운전자 사고가 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신체 이상은 느끼지 못한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의 연령별 운전자 신체능력 설문조사에서는 70대 이상 운전자 75.5%가 '좋다'고 답했다. 반면 '나쁘다'고 응답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도로교통공단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특성분석 및 사고예방 대책 연구'에는 돌발 상황 반응 시간이 고령 운전자 1.4초, 비고령 운전자 0.7초로 2배가량 차이 났다.

◇창원 택시기사 35.6%는 60대 이상 = 법인택시 기준으로 창원시 택시기사 35.6%는 60대 이상이다. 또 50대가 46.1%에 달해 장기적 차원에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경남택시조합에 따르면 6월 현재 창원지역 택시 기사는 모두 2552명이다. 이중 80대가 1명, 70대가 46명, 60대가 862명이다.

또 창원시가 발급한 개인택시면허는 3554개다. 경남개인택시조합은 "도내 개인택시 40~50%가 고령 운전자"라고 했다.

시민 처지에서는 고령 기사를 향한 불안감도 있다. 평소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김모(55·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머리가 희끗한 한 기사가 귀가 어두워서 목적지를 못 알아 듣기도 했고, 카드결제 방법이 서툴러 답답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윤모(31·창원 성산구) 씨는 "가끔 '마이웨이'식으로 운전하는 기사들이 있는데 대부분 어르신"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서는 69세 택시 기사가 차로 변경 중 접촉사고를 냈고, 지난 5월 18일 합성동에서는 72세 택시 기사가 출발하는 차량을 무리하게 앞질러 가려다 사고를 내기도 했다.

◇정부 "택시 자격 강화", 택시는 "생존권" = 정부는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을 마련했지만 고령 택시 기사는 '자격유지심사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은 지난해 9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내년부터 적용된다.

택시 업계 일부에서는 국토부가 입법 예고한 자격유지심사에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고령 운전자 퇴출법이라는 것이다.

자격유지심사제는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택시 운전자 65~69세는 3년마다 70세 이상부터는 1년마다 주의력 등을 검사해 자격유지 여부를 판정한다.

경남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개인택시는 고령자가 많은데, 다른 정책에 대해서는 맨날 나이 제한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택시에만 나이를 강화하려다 보니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중요 규제로 분류돼 심사를 하고 있다"며 "택시업계와도 논의 중이고, 업계에서 좋은 대안을 제시하면 제도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반영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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