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화폭 위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작가 10여 명 매주 목요일 창동예술촌서 누드크로키 작업
3분간 집중력·창작력 쏟아내…"기본기 갖추는데 도움"

한낮의 이글거림이 내리쬐는 오후 3시. 창원 창동예술촌의 한 작업실, 문이 잠긴다. 잠시 뒤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운을 벗은 모델이 무대로 올라 자세를 취한다. 슥슥대는 소리만 맴돌다 갑자기 알람이 울린다. 모델은 몸을 다시 움직였고 작가들은 스케치북을 찢었다. 바닥에는 인체를 탐닉한 수십 장의 종이가 쌓여 있다.

22일 창동예술촌에 입주한 조용태 작가 작업실에서 매주 목요일 열리는 누드 크로키 모임 '창동크로키'를 찾았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오찬수 한국미술모델협회 대표는 흔쾌히 참관을 허했다. 창동크로키는 한 달에 한 번 남자 모델을 그리는데, 마침 이날 오 대표가 창원을 찾았다.

3분이 지나자 다시 알람이 울렸다. 아직 찢기지 않은 하얀 종이에는 새로운 몸의 형상이 살아났고 작가들은 연필로 목탄으로 붓으로 인체에 몰두했다.

창동크로키는 오래된 모임이다. 조용태 작가를 중심으로 누드를 그려왔다. 현재 현광숙 회장, 김이순 총무가 작가 10여 명을 이끌고 있다.

크로키는 스케치로 인물이나 풍경, 정물을 단시간에 포착해 재빨리 그려내는 기법이다. 특히 누드는 인체의 생동감 있는 동적인 모습을 포착해 이미지로 형상화해 정적인 묘사를 하는 정물화나 인물화와 다르다.

지난 22일 찾은 창동크로키 모습. 이들은 목요일마다 누드 크로키를 그린다.

작가들에게 크로키는 훈련이다. 3분간 몰두하는 집중력, 대상을 관찰하는 눈썰미, 주제를 단순화해 그려내는 빠른 손, 여기에다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야 하는 창작력까지 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크로키는 모든 회화의 기초가 된다.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창원 리아갤러리에서 창동크로키 회원인 정은숙 작가가 '라이프 앤 누드'라는 이름으로 그동안의 작업을 내놓았다. 작가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몸을 색색의 종이에 그렸다. 캔버스에 유화로도 생동감을 표현했다.

정은숙 작가는 "창동크로키에서 활동하면서 누드 크로키에 매료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누드 작품을 내놓았는데 설레고 재미있었다. 작업의 기본기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조용태 작가도 9월 30일 누드 크로키를 기초로 테라코타로 작업한 브론즈 작품을 창원 구복예술촌에서 선보인다. 작가는 "우리가 우리(사람) 이야기를 하려면 우리(인체)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리는 창동크로키. 작가들은 3분간의 긴장 끝에 오는 짜릿한 성취감을 오늘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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