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 발전소로 건설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존폐를 결정하기로 했다. 핵발전소 위험 반경 안에 350만 명이 사는 현실을 고려할 때 사회적 합의를 먼저 한 후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순서가 뒤바뀐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스러운 조처다.

<경남도민일보>는 애초 신고리 원전 건설이 계획될 당시부터 그 위험성을 끈질기게 공론화했으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방사능 재난에 대비할 것을 정부와 지방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다. 지난 정부에서 좀 더 귀를 기울이고 국민 안전을 우선했다면 공사중단으로 인한 2차 피해와 주민 갈등을 막을 수 있었다. 이번 결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핵발전소 건설 중단 공약에서 한 발 후퇴한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가 명운이 걸린 위험물에 대해 국민과 같이 하는 모양새는 결코 공약 파기가 될 수 없다. 안전성은 물론이고 이미 30%를 넘긴 건설 공정률과 거기에 투입될 약 1조 6000억 원의 비용, 이후 투입 될 약 1조 원의 비용, 기존 계약파기로 인한 향후 해결과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좋은 방안이 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중립적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신고리 원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결정권은 없다. 대신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영구 중단과 재개에 대한 최종판단을 내리게 된다. 부안, 삼척, 경주 등 핵 관련 시설 건설 여부로 심각한 대립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핵 폐기가 옳다고 해도 사회적 합의 도출은 꼭 필요한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은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과 관련하여 중대한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 탈원전과 핵 공포를 없애는 첫걸음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석탄화력 발전소 등 전력 정책을 과감히 탈피하고 신재생 에너지 등의 청정 국가로 거듭나야 하며 그 시금석이 신고리 5·6호기가 되어야 한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민이 원자력과 화석에너지가 싸다는 환상만 버리면 된다. 일찍 핵과 화석에너지 의존을 버린 독일이 잘 사는 걸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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